"검정체제도 교과서 통제..국정체제 전환 안돼"
한국역사연구회·한국역사교육학회 '교과서 발행체제' 심포지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논란을 계기로 역사 교과서의 국정체제 전환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진보 역사학계가 "현재의 검정체제 역시 교과서 통제"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19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한국역사연구회·한국역사교육학회 주최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검정 파동과 발행 제도 개선방안' 심포지엄에서 "교육의 자주성이나 정치적 중립성은 교과서도 정치권력의 통제에서 자유로워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역사적으로 교과서 검정제도는 교과서의 다양성 확대나 자율성 보장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국가나 지배권력의 이데올로기를 교과서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역사, 국어, 도덕 등 일부 과목의 국정제가 시행된 탓에 검정제의 통제적 성격이 가려진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까지 이어진 역사 교과서 편향성 논란에 대해 "'뉴라이트=친일'이라는 도식이 형성되고 논란이 교학사 교과서 문제에 집중된 나머지 검정제도가 지니는 교과서 통제의 성격이 파묻히고 제도 개선방안이 논의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학사 교과서가 제대로 된 검정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데 문제제기가 집중됨으로써 교과서 파동은 교과서 검정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의 인식을 이끌어갈지도 모르는 처지에 빠졌다"며 "검정교과서 내용에 대한 교육부의 영향력은 이미 크게 강화돼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는 "해방 후 한국전쟁까지 현대사 서술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나머지 7종 교과서가 보수진영 주장과 달리 '좌편향'과는 거리가 멀다"며 학계 주요 이론을 토대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교수는 "대부분 교과서는 현 정부의 검정 시스템 속에서 오히려 수십년 전의 냉전적 서사를 강화하는 경향성을 보여준다"며 "최근의 교과서 수정 지시 등을 통해 그런 성격을 더 강화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국정교과서 전환 논의에 대해서는 발표자 모두 강한 반대를 나타냈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학계 통설이라는 원칙을 충실히 지키면서도 각 시대나 분야를 설명하는 구체적 방법을 달리해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문화적으로 성숙한 사회의 교과서"라며 "검정제는 우리 사회가 오랜 기간 발전해 도달한 결과이자 지금으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역사교육학회장인 양정현 부산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국정제에서는 정권 차원의 개입이 일상적으로 이뤄질 뿐 아니라 국가가 인정하는 하나의 역사만 유통된다"며 "이런 체제에서는 집필자가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자기검열을 하면서 결국 밋밋하고 재미없는 교과서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pulse@yna.co.kr
- ☞ '기적을 기다린다'…밤낮 없는 총력 수색
- ☞ "선장, 승무원 말 따르면 안전하다고 해놓고…"
- ☞ 3등 항해사 "규정대로 운항했다"
- ☞ 당국, 선 가족동의 후 선체인양키로
- ☞ 정부, 안산·진도 특별재난지역 선포 검토
▶이슈에 투표하고 토론하기 '궁금한배틀Y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정몽규 체제가 낳은 한국 축구 대재앙…40년 공든 탑 무너졌다 | 연합뉴스
- 인천공항서 1억 든 돈가방 빼앗아 도주…중국인 강도 체포 | 연합뉴스
- 잠수부 동원에 드론까지 띄웠지만…건설사 대표 실종 12일째 | 연합뉴스
- "크다, 크다" 야구 중계의 달인…이장우 전 아나운서 별세 | 연합뉴스
- 인천 송도서 출근하던 30대, 횡단보도 건너다 굴삭기에 참변(종합) | 연합뉴스
- 음주 운전하다 차 5대 들이받고 도망간 현직 교사 | 연합뉴스
- 임영웅 정관장 광고영상 40시간 만에 200만 뷰 돌파 | 연합뉴스
- '주유소 직원 분신' 전자담배로 속여 대마 건넨 30대 구속기소 | 연합뉴스
- 관광객 환영부스 찾은 장미란·이부진 "韓 첫인상 좋아지길"(종합) | 연합뉴스
- "배달 탕수육 이게 뭐야"…전화로 욕설한 손님 벌금 300만원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