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풍경소리]전생의 업장 어떻게 푸나

2014. 4. 16. 20: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H씨는 지난번에 기도를 올리다 중간에 그만뒀던 일이 있다. 그녀가 기도를 하겠다고 처음 청했던 것은 집안에 끊이지 않는 우환 때문이었다. 친정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게 시작이었다. 병원이라고는 문턱도 가보지 않았던 건강 체질이었는데 갑자기 터진 일이었다. 어머니가 쓰러지고 한 달이 조금 지나서는 시어머니가 위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소화가 잘 안된다며 찾았던 병원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를 들었다. 아무런 증상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기에 놀라움은 더욱 컸다. 연속해서 큰일이 터지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친정 남동생이 심장문제로 갑자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잇달아 터지는 큰 사건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안절부절 하면서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도 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생활은 엉망이 됐고 평온했던 집안은 쑥대밭에 가까웠다. 정신을 놓을 지경이 된 그녀는 상담을 청했다. "제가 쌓아온 업장을 풀어내야겠습니다. 기도를 하고 싶습니다." 기도를 시작하고 처음에는 별 문제없이 열심히 기도를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기도를 하면서도 계속 의문을 품었다. 기도를 한다고 일이 잘 풀릴까 하는 의심을 한 것이다. 그러던 중 시어머니가 세상을 뜨는 일이 생겼다. 결국 그녀는 두 달 만에 기도를 그만 뒀다. 자신의 기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만둔 것이다. 시어머니는 병원에서도 손을 놓을 정도로 병환이 위중했는데, 병세가 좋아지지 않고 돌아가셨다는 이유로 기도를 그만 뒀다. 부처님의 가피가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드물기는 하지만 기도를 하는 사람 중에 H씨처럼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 기도를 할 때는 완전한 믿음을 갖고 자신의 욕심을 비우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정진해야 간절함이 하늘에 닿는다. 또 하나 명심해야 할 점은 소원을 빌면서 금방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H씨는 처음 기도를 시작할 때 자신이 쌓은 업장을 풀어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두 달의 기도를 하면서 소원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냈다. 전생의 업장은 그렇게 순간에 풀리지 않는다. 억겁이라는 시간 동안 쌓인 업장이 어떻게 단숨에 풀리겠는가. 짧은 시간의 기도로 두텁게 쌓인 업장이 풀어지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이다. 온 마음을 다하고 온갖 정성을 다 바쳐도 풀리기 어려운 게 업장이다.

그렇게 기도를 그만두고 떠났던 그녀가 다시 찾아온 것은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나서였다. "어떤 마음으로 다시 오셨습니까?" 마음가짐을 넌지시 물어보니 지난 번과는 많이 달라보였다. "제가 너무 급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기도를 올리고 싶습니다. 절실한 마음을 담아서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그녀의 진정한 마음이 보이는 듯 했다. 그렇게 기도하기를 넉 달째. 예전과는 다르게 소원이 빨리 이뤄지게 해 달라고 채근하지도 않았는데 친정어머니가 큰 차도를 보였다. 그동안 재활훈련을 꾸준히 받던 친정어머니는 거동하는데 크게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됐다. 요양을 하던 남동생 역시 병을 완치하고 출근을 시작했다. 그녀의 정성이 하늘에 닿은 것이다. "부처님의 가피가 이렇게 크게 내릴 줄 몰랐어요." 기도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진 그녀는 요즘도 시간만 나면 월광사를 찾아 기도를 올린다.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중앙부회장

스포츠월드 & 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