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인권위 출범 이래 첫 등급 재심사 '굴욕'

2014. 4. 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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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ICC, 정기심사에서 등급 보류 판정

줄곧 'A등급'서 사실상 강등된 셈

현병철 위원장 임명 MB 정부 때도

아시아인권위 "한국 등급 낮춰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사진)가 세계 120여개 나라의 인권기구 연합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정기 등급 심사에서 출범 이래 처음으로 '등급 보류'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01년 11월 출범해 줄곧 최고 등급(A등급)을 유지해온 인권위는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7년에는 국제조정위원회 부의장국을 지내기도 했다. 이런 국제적 위상을 고려하면 사실상 '등급 강등'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인권위 다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인권위는 최근 국제조정위로부터 '등급 재심사 대상'이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인권위는 출범 이후 2004년에 국제조정위에 가입했으며, 가입한 뒤에 있었던 등급 심사에서 모두 A등급을 받았다. 국제조정위는 4년에 한 차례 정기 등급 심사를 하거나 유의할 만한 회원국을 선정해 살피는 특별 심사를 통해 A·B·C 등급을 부여한다. A등급을 받은 국가만이 정회원 자격이 부여되며 투표권과 발언권을 얻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등급을 받지 못하고 '재심사' 대상이 된 것이다. 이번 심사는 정기 등급 심사로 알려졌다. 국제조정위의 이번 심사 대상 기간은 2009년 현병철 위원장 임명 이후 이명박 정부의 임기 중·후반과 박근혜 정부에 걸쳐 있다. 익명을 요청한 인권위 관계자는 "재심사 사유 가운데 하나로 인권위원 구성의 다양성을 지적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상임·비상임 인권위원 10명 가운데 7명이 판검사 등 법조인 출신이다. 인권위는 국제조정위에 재심사 결정 배경에 대한 자료를 공식 요청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인권 관련 국내외 인권단체들과의 관계 악화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09년 범아시아 인권단체인 '아시아인권위원회'(AHRC)는 '이명박 정부가 인권위를 독립기구가 아닌 정부기관으로 간주했다'며 국제조정위에 한국 인권위의 등급을 낮춰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2008~2010년 국제조정위 등급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유남영 전 인권위 상임위원은 "120여개 나라 가운데 70여개국만 A등급을 받는다. 인권위가 자체 제출한 보고서 뿐만 아니라 국내외 인권단체가 제출한 보고서도 심사에 반영한다"고 했다. 유 전 위원은 당시 아시아를 대표해 등급심사위원회에 참여했다.

국제조정위 부의장을 지낸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2006년부터 4년간 다른 회원국의 등급을 심사하던 한국으로서는 국가적으로 치욕이고 비극적인 일이다.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등급 심사에 매우 중요한데, 그 부분에서 동료 회원국의 신망을 잃은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2009년 사퇴한 안 전 위원장의 후임으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임명한 현병철 위원장은 당연직으로 맡게 돼 있던 국제조정위 의장국 출마를 포기하기도 했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국제조정위의 명분은 국가인권위 구성의 다양성 문제였지만, 결국 내용적으로는 독립성을 문제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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