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훈'서장훈처럼' 과감해져라

데일리안 2014. 4. 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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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 함지훈(왼쪽)은 슛 찬스에서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 울산 모비스

한국 프로농구(KBL)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서장훈은 전성기 호불호가 엇갈렸다.

서장훈의 수많은 별명 중 하나였던 '3점슛 쏘는 센터'라는 수식어는 칭찬과 조롱의 의미가 모두 담겨 있었다. 장신임에도 위치를 가리지 않는 정교한 슈팅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센터가 외곽으로 나가 3점만 던지려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서장훈은 이런 비판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외곽슛은 내 공격 방식의 일부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했다. 실제로 외곽슛이라는 옵션이 있기에 상대로서는 그만큼 서장훈을 수비하기가 더 까다로웠다.

소속팀에서도 서장훈의 외곽슛을 전술적으로 적극 활용했다. 골밑에 힘이 좋고 리바운드가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있으면, 슈팅 범위가 넓은 서장훈이 외곽에서 적극적으로 찬스를 노리는 것이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다소 지나친 외곽플레이로 몸싸움과 궂은일을 기피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적어도 서장훈의 전성기에 외곽슛이 큰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실제로 서장훈의 주 공격패턴은 위치를 가리지 않는 정교한 중장거리 슛이었고 3점슛도 성공확률이 매우 높았다.

무엇보다 전성기 서장훈은 자신의 득점으로 '누구보다 팀을 많이 이기게 하는 선수'였다. 아무리 야유와 조롱을 들어도 서장훈이 거리낌 없이 외곽슛을 던질 수 있었던 이유다. 프로화 이후 '서장훈 스타일'의 희소성은 더욱 높아지며 빅맨들의 중장거리 슛은 이제 현대농구의 필수옵션이 됐다.

현재 이러한 서장훈과 같은 자신감이 절실한 선수는 바로 함지훈(30·울산 모비스)이다.

함지훈 소속팀 모비스는 3일 창원실내체육관서 치른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 2차전에서 창원 LG에 72-78로 무릎을 꿇었다. 시리즈 전적 1승1패가 된 양팀은 5일부터 울산으로 자리를 옮겨 3~5차전을 치른다.

함지훈은 모비스의 전술적 중심이다. 빅맨 치고는 크지 않은 신장에도 탄탄한 체격과 기술을 겸비해 골밑플레이에 강하고 슈팅과 패싱 능력도 두루 갖췄다. 이번 챔피언결정전 들어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LG에 패한 2차전에서는 승부처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모비스는 4쿼터 접전 상황에서 함지훈에게 많은 오픈 찬스가 돌아왔지만 함지훈이 여러 차례 과감한 슛 시도를 주저하는 바람에 공격시간을 많이 날렸다.

전반적으로 동료들의 야투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회가 많았던 함지훈의 적극성이 아쉬웠던 대목이다. 함지훈의 지나친 신중함은 리바운드 싸움에서 크게 앞서고도 2차전에서 역전패 당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모비스는 높이가 좋지만 상대적으로 외곽슛은 약하다. 2차전은 3점슛이 극도의 난조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팀이 기록한 유일한 3점슛은 함지훈의 몫이었다.

모비스는 전술적으로 현재 함지훈의 적극적인 중장거리슛 공격이 필요하다. 매치업상 LG의 함지훈의 마크맨은 주로 김종규다. 기술은 아직 함지훈보다 떨어지지만 높이가 월등하고 스피드도 있기 때문에 모비스로서는 위협적이다.

함지훈이 중장거리 슛으로 김종규를 외곽으로 끌어내면 포스트업이 좋은 벤슨이나 라틀리프를 활용한 1:1 골밑공격이나 양동근, 문태영의 돌파를 통한 공격이 더 수월해지고 LG의 도움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다.

유재학 감독은 확률농구를 중시한다. 빅맨에 의한 외곽공격은 리바운드에 대한 위험부담 때문에 자칫 도박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함지훈의 중거리 슈팅능력에 대한 신뢰가 있어 가능한 전술이다.

하지만 함지훈은 슛 타이밍 때마다 망설였다. 자신감이 떨어지면 슛 적중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를 간파한 LG도 함지훈의 슛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고 김종규는 안쪽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았다.

현대농구에서 포지션 분업화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필요하다면 가드도 리바운드에 가담하거나 포스트업을 시도할 수 있어야 하고, 빅맨도 기회가 생기면 3점슛을 던지는 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능력이 없는 선수는 잔소리를 들을 일도 없다.

함지훈은 자신의 능력을 좀 더 신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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