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존중과 신뢰가 최고의 소통이자 자본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03 17:13

수정 2014.10.29 00:01

[특별기고] 존중과 신뢰가 최고의 소통이자 자본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국제공항을 비롯, 국내에 있는 14개의 모든 공항(인천국제공항만 제외)을 운영하는 국민의 공기업이다. 국민이 공항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협력업체를 포함한 약 5000명의 일꾼들이 전국 곳곳의 공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부임 후 전국의 공항 현장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화장실 관리 실명제'라는 게시판이었다. 여기에는 화장실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담당자의 사진과 이름, 연락처 등이 세세하게 적힌 채로 벽에 걸려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사진 속 얼굴들은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닌 것 같다는 불편한 감정이 불현듯 들었다.

화장실의 청결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이미 수년 전부터 여러 공공장소에서 '화장실 관리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다. 공항에서도 역시 실명제를 도입해 담당 직원들이 본인의 업에 책임감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고 고객들에게는 공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공공장소를 관리하는 업무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개인정보를 고스란히 공공의 장소에 표출해야 하고 시설관리의 모든 책임이 담당자 개인에게 향하는 것은 과도한 공공성의 강요이자 사생활 침해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공항을 이용하는 고객이 소중한 만큼 공항에서 여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업으로 해 살아가는 직원들 또한 모두 소중한 내부 고객이 아닌가.

실명제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공항 이용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이제 공항의 직원들은 화장실 청소를 할 때도 고객 만족을 최우선시하는 마음 자세를 가지고 일하고 있고 표준화된 업무 절차에 의해 철저한 위생 관리가 실행되고 있다. 더이상 개개인에게 책임을 강요하지 않아도 높은 수준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품질의 시대가 된 것이다.

현장 방문과 점검을 모두 마칠 때까지 불편한 마음을 떨쳐내지 못했고 결국 기존의 화장실 실명제 게시판을 새로운 디자인의 안내표지판으로 교체할 것을 지시했다.

그 결과 이제는 그 자리에 담당부서와 연락처가 적힌 새로운 디자인의 안내판이 부착돼 있다. 담당자와 부서, 기업 입장에서 더욱 큰 공동의 책임을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변화다. 교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으로부터 반가운 반응이 들려왔다.

공항 터미널 현장을 다니던 중에 청소를 하던 분들이 나를 보고 달려와 이구동성으로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이야기를 들어본즉슨 행여나 공항 화장실에 붙어 있는 자신의 사진을 자식 친구가 볼까봐, 사돈 어른이 볼까 싶어 노심초사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했다는 등 저마다 털어놓는 사연들이 구구절절했다.

캄캄한 새벽 누구보다도 빨리 하루를 시작하는 청소 담당 직원들은 어제보다 더 깨끗한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
실명제가 아니어도 그분들의 사명감으로 우리 공항의 화장실은 항상 청결하고 향기롭게 빛나고 있으며 묵묵히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는 그분들이 우리 공항공사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입장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과 직원에 대한 신뢰야말로 최고의 소통이자 자본이라고 믿고 있다.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