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검댕이' 소방관 마음.. 그림으로 위로해줘요
"화재 현장에서 숯검댕이가 돼 돌아오지만, 저 그림들을 보면 꽤 위로가 돼요."
서울 종로소방서 건물 복도에는 지난달 20일 '숨바꼭질' '두 형제' '별을 따는 아이들' 등 동심(童心)과 추억을 주제로 한 그림 6점이 걸렸다. 이 복도는 소방관들이 출동 사이렌이 울리면 소방차를 타기 위해 달려가고, 일이 끝나면 돌아오는 통로다. 그림은 창작 벽화가 황성보(39·사진)씨가 그렸다.
황씨는 "처참하고 위험한 사고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관들이 심리적 안정을 빨리 되찾도록 전시 공간을 만들어 보았다"고 했다. 그가 나무판에 페인트로 그린 그림들은 대부분 1970~80년대 동네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이다. 그는 "소방관들이 순수했던 어렸을 때 기억을 떠올리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씨는 통로 곳곳에 흰 분필도 놓아두었다. 소방관들이 그림을 본 뒤 떠오른 생각을 그림이나 글씨로 표현할 수 있게 한 것. 소방관들은 마치 낙서하듯 그림 위에 '오늘도 무사히!' '안전은 눈에 보이지 않아요'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라고 적어 놓았다.
황씨는 지난해 전국 소방관의 15%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다는 보도를 본 뒤 소방관들을 위해 무언가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소방서에 전시관을 꾸민 것은 지난해 인천 서부소방서에 이어 종로소방서가 두 번째다. 조명·도색·바닥 교체 등 전시관 조성 비용 1000만원은 모두 황씨가 댔다. 황씨의 그림은 올해 말까지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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