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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 딸 통해 삶의 소중함·참사랑 깨달아”

입력 : 2014-04-01 20:54:22 수정 : 2014-04-01 23: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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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연합 장애아부모모임 ‘천보회’ 이끄는 니시카이 교코 “극심한 장애 때문에 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심성은 얼마나 착한지 몰라요. 장애아들이 자립해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축복가정 장애아부모모임인 천보회(天寶會)를 이끌고 있는 니시카이 교코(西海京子·55)는 다운증후군 막내딸(16)을 둔 네 자녀의 엄마다.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이 대부분 혼자서 끙끙 앓고 있는 것과 달리 그녀는 딸 문제를 바깥으로 드러내놓고 밝게 해결해 나감으로써 스스로 시련을 행복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사)다문화종합복지센터 부설 다사랑가정상담소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8년 전 천보회를 발족해 장애아를 둔 부모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 가와사키시 성마리안나의과대 간호학과를 나온 그는 모교 부속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중 후배를 통해 가정연합을 알게 되었다. 좀 더 보람된 일을 하고자 해외의료봉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가정연합이 제시한 하나님과 인류를 위한 삶의 길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1985년 26살 때였다.

3년 뒤, 가정연합에서 6500쌍 국제축복을 받고 만난 한국인 남편 이승호씨는 건설업종에서 일하기 때문인지 말투는 거칠었지만, 바르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넉넉한 살림은 아니어도 딸 셋을 기르며 알콩달콩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넷째 딸을 낳고 혼란상태에 빠졌다. 아이를 낳기 전에 검사를 다했는데, 출산직후 남편이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의사는 아이가 다운증후군인 것 같다고 했고, 게다가 심장병과 백혈병이 의심되니 빨리 큰 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다.

“아기를 낳았으니 축하를 받아야 할 터인데, 수군거리는 소리만 들려 너무 슬펐어요.”

하도 충격이 커서 감정도 메말랐다. 분유를 먹여도 기계적으로 했고, 아이에게 말을 걸거나 웃어주지도 않았다. 한 달 후 백혈병은 좋아졌지만, 분유를 잘 먹지 못해 폐렴을 몇 번이나 앓았다. 아이를 데리고 7개월 동안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했다. 그는 아이의 심장병이 더 이상 좋아질 징조가 없자 아이 넷을 데리고 일본으로 갔다. 친정 부모는 넷째 딸을 얼마나 예뻐하는지 몰랐다. 늘 안아주고 얼러주며 극진히 돌봐줬다.

“어머니의 손녀 사랑이 저의 언 마음을 녹여주었어요. 어머니에게는 손녀의 장애가 전혀 문제되지 않았어요. 그때 딸아이에 대한 애정이 싹트면서 하나님을 대신해 이 아이를 정말로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막내 딸 은하의 심장수술까지 무사히 마치고 거의 완치될 무렵 큰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장애아를 기르기 위해서는 정보와 교육, 재정 문제 등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녀는 자신과 똑같은 문제를 안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한국에 돌아와 엄마들의 모임을 구상했다. 

니시카이 교코는 “처음 다운증후군 막내 딸을 가졌을 땐 쉽게 애정이 생기지 않았다”고 고백하면서 “어머니가 저보다 더 딸을 아끼면서 보듬어주시는 모습을 보고서 제 마음도 변했다. 그때 애정이 싹트면서 하나님을 대신해 이 아이를 정말로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저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됐는데, 남편은 딸애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괴로워하는 거예요. ‘이런 모임이 부인들보다 속앓이 하는 남편들에게 더 필요하겠구나’ 생각해 2004년 천보회를 서둘러 조직했어요.”

니시카이 가정에서 기본적인 틀이 짜여졌다. 은하를 돌보면서 온 가족이 양보와 희생, 봉사의 미덕을 배웠다. 2급 장애인 은하는 일반 초등학교를 거쳐 올해 특수 중학교 3학년이 됐다. 장구도 잘 치고, 춤도 곧잘 춘다. 언니들 심부름도 척척 하고, 아빠 사랑도 독차지하는 집안의 재롱둥이가 됐다. 가족들은 장애 속에서도 밝게 자라는 은하를 통해 삶의 소중함과 참사랑을 알게 됐다.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한 징표가 엄마 니시카이의 넉넉한 미소에 오롯이 묻어 있다.

모임을 이끌면서 가정연합 가정국에서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흔쾌히 지원해 주었다. 회원도 145가정으로 늘어났다. 천보회는 일본 임상심리사인 오오토모 유유지(大知勇次) 선생을 초대해 한·일가정 여성들을 위한 카운슬링과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해왔고, 매년 장애아동을 위한 캠프와 체험학습을 열고 있다.

캠프는 장애아 가족들에게 매년 감동의 도가니다. 무엇보다 유일한 가족 나들이로서 가족 모두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아빠들이 열성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아이들이 자신감을 얻고 치유 효과도 크다.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한 초등학교 5학년생은 제자리에서 일어서기도 어려운데, 장대짚고 걷기 놀이에 도전해 넘어지기를 반복하다가 끝내 성공함으로써 보는 이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니시카이는 천보회 활동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한학자 총재로부터 원모평애재단 개인부문 봉사상을 받았다.

“한 총재님께서 ‘너의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 세상의 빛이 돼라’고 하시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어요.”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많다. 특히 천보회 소속 부모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장애아 보호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자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데다, 대부분 종교단체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아이를 맡기려면 개종도 불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꿈이 있다. 축복가정 장애아동의 교육과 재활, 복지를 위해 번듯한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너무나도 필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그는 꿈이 현실로 이뤄질 것이라 믿어 최근에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다. 장애아와 그 가족을 위해서라면 이제 못할 것이 없다.

“딸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이 하나 있어요. 하늘은 누구에게나 극복할 시련을 주시고, 시련 너머에는 반드시 마음의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장애아는 하나님이 주신 가정의 보물이에요.”

글·사진=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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