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빅데이터까지 리믹스하다니.. 스푸키, 당신은 너무 놀라워

2014. 3. 3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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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 일요일 맑음. 빅데이터.
#102 DJ Spooky 'Terra Nova: Sinfonia Antarctica' (2008년)

[동아일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소파로 서울예대에서 만난 우디 박 교수(왼쪽)와 DJ 스푸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미국의 멀티미디어 예술가인 DJ 스푸키(본명 폴 디 밀러)를 만난 건 6년 반 만이었다.

지난 금요일 오후에 서울예술대 문화예술산업융합센터에서 "기억 못 하겠지만 2007년에 당신과 난 만난 적이 있다"는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물론, 네 얼굴을 기억한다"는 답을 스푸키는 내놨다.

믿기 어려운 그의 기억력은 진짜일 가능성이 높다. 스푸키는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 2007년 서울에서 열린 뉴미디어 페스티벌에 참가한 스푸키는 초인적인 뇌의 소유자 같았다. 한형모 감독의 1956년 영화 '자유부인'의 영상과 음향을 자신이 준비해 온 음악 재료와 즉석에서 리믹스해낸 것이다. 그는 노트북 컴퓨터와 턴테이블이 대형 스크린과 어우러진 무대에서 판소리, 재즈, 힙합, 전자음악을 흑백 영상과 대사, 음향에 녹여내 독특한 재미를 선사했다.

원래 힙합 DJ였던 그는 명석한 머리가 아까웠는지 비트뿐 아니라 문화, 환경, 역사처럼 거대한 것들을 리믹스하기 시작했다. 2004년에 D W 그리피스 감독의 1915년 영화 '국가의 탄생'의 영상과 음향을 라이브로 리믹스한 작품, '국가의 재탄생'이 대표작이다.

그는 2007년 만났을 때, "북한 평양과학기술대학에 초청받았다. 2008년쯤 그곳에서 북한의 선전 영상물을 리믹스할 거다"고 했었다. 팝 가수도 못 해낸 평양 공연을, 이 DJ가 성사시켰을까? 40대 중반이지만 3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이 미중년은 "로켓(미사일) 발사 때문에 다 물거품이 됐다"면서 매력적으로 웃었다.

그 대신 그는 2008년에 한 달간 남극에 머물며 그곳의 기후 변화 데이터를 모은 뒤 변환해 멀티미디어 퍼포먼스인 '테라 노바: 신포니아 앤타크티카'를 만들어냈다.

그는 이번에 서울예대 문화예술산업융합센터에서 주최한 '데이터 템플' 공연에 참여했다. 스푸키는 먼저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우디 박 교수와 함께 한국 내 특정 지역의 이혼율이나 대기오염도 변화 자료 같은 다양한 빅데이터를 수집했다. 수집된 데이터를 선율과 화성의 필터로 걸러 임의적인 작곡을 했고 여기에 영상을 더했다. 스푸키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트위터, 페이스북, 에드워드 스노든과 위키리크스의 시대에 빅데이터는 예술의 중요한 재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우디 박 교수는 "동시대의 정보를 예술가가 어떻게 유의미하게 예술로 바꿀 수 있을지를 실험하고 싶다"고 했다.

근데 이날 오후 8시부터 열린 공연은 그냥 댄스파티 같았다. 빅데이터가 시청각 예술로 변환된 과정은 미리 진행된 탓에 콘서트에서 실시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스푸키는 한국 데이터를 재료로 4월 11∼13일 미국 뉴욕에서 다른 형태의 콘서트를 열고, 5월 17일에 서울예대로 돌아와 완성작을 선보인다고 한다.

빅데이터는 성공적으로 리믹스될 수 있을까. 난 스푸키를 믿는다. 착하고 똑똑한 사람이니까. 날 기억할 정도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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