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 세대교체에 왜 여배우가 없을까?

유진모 2014. 3. 2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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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유진모의 테마토크] 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한류열풍은 배우와 가수의 두 직업군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이끌었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베이비복스와 강타가 가수로서 중화권에서 한류열풍을 일으키자 곧바로 그 뒤를 이어 일본에서 '겨울연가'의 인기에 힘입어 배용준과 최지우가 배우로서 한류열풍의 효시가 됐다.

여기에 더해 장동건 이병헌 소지섭 송승헌 등 국내의 젊고 잘 생긴 배우라면 으레 일본을 중심으로 한류열풍의 선봉이 됐다. 그리고 최지우의 뒤를 이어 이영애 김희선 전지현 송혜교 등의 미녀배우들이 한류여신 붐을 주도했다.

이 강풍의 뒤를 이어받은 직업군은 K팝의 선봉인 아이돌그룹이었다. 카라를 시작으로 현재 인기몰이 중인 거의 모든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일본부터 시작해 중화권은 물론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하지만 일본의 정치권이 우경화로 치닫는 흐름에 따라 혐한바람이 일면서 현재 한류열풍이 주춤해진 상태. 그러자 중국이 한류열풍의 중심지가 됐다.

최근 이민호 김수현 김우빈 박해진 이종석 박시후 등의 젊은 배우들은 배용준과 이병헌의 바통을 이어받아 중국을 중심으로 2세대 한국드라마의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민호는 중국 드라마 출연료가 회당 5억 원을 호가하는데 이는 정규 출연뿐만 아니라 카메오로 출연할 경우에도 적용되는 액수다. 배용준이 일본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와 맞먹는다.

김수현은 최근 중국 코카콜라의 CF 모델로 발탁되는 등 중화권에서 이민호를 바짝 추격하는 한류스타로 부상했다.

국내에서는 불미스런 사건에 휩싸여 그 인기가 시들한 박시후지만 중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 25일 그는 중국 영화 '향기' 제작발표회 차 베이징 공항으로 입국했는데 여기에 2000여명의 중국 팬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이 한류열풍의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 '여풍'을 찾아보기 힘들다. '남풍' 일색이다. 가요의 경우 보이그룹 쪽이 약간 우세하긴 했지만 편향적이라고까지 하기는 힘들 정도로 카라 소녀시대 2NE1 등 다수의 걸그룹들이 동등하게 인기를 얻었지만 배우 군에서는 유독 여자배우들의 바람이 잔잔하다.

이는 우리나라 연예계의 제작방식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지난 12일 중국 매체 왕이위러(网易娱乐)에는 중국의 인기 드라마 '견환전'을 연출한 쩡샤오롱 감독의 인터뷰가 실렸다. 여기서 쩡샤오롱 감독은 '별에서 온 그대' 등의 한국드라마가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대해 "중국 드라마는 사회 가치관을 추구하지만 한국 드라마는 주로 순정 만화 같은 사랑을 표현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즉 딱딱한 메시지에 식상한 중국 대중이 한국드라마의 꿈같은 판타지에 쉽게 빠져든다는 것.

그의 의견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전통적으로 대중문화 콘텐츠의 유행을 리드하고 주로 소비하는 계층은 남성보다는 여성이다. 가요의 경우 드라마나 영화보다 손쉬운 접근성 때문에 대중문화를 향유하고 싶은 욕망이 여자에 못지않은 남자를 겨냥한 제작이 동시에 이뤄지지만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아직도 채널선택권을 지니고 있으며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TV 앞에 앉는 시간이 많은 여성을 가장 먼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영화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할리우드에 히어로 액션 판타지 영화가 많이 생산되는 이유는 겉으로 보면 남자의 취향을 겨냥한 듯 하지만 사실은 그 액션히어로를 향한 여성들의 판타지를 교묘하게 노린 것이다. '별에서 온 그대'는 다분히 '수퍼맨 리턴즈'에서 외계인 슈퍼맨과 사랑에 빠져 그의 아들을 낳은 로이스의 설정을 빌려왔다.

연예산업의 복잡한 계산기가 이렇다보니 국내 드라마의 기획은 당연히 여성 시청층 확보를 위해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과 이휘경(박해진), '상속자들'의 김탄(이민호)과 최영도(김우빈)같은 캐릭터를 앞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MBC '앙큼한 돌싱녀'의 경우 심지어 타이틀롤이 나애라(이민정)지만 실제 이 드라마를 통해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차정우 역의 주상욱이다. 이는 주시청층이 여자인 구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제작방식이고 시청자의 반응이 이런 흐름을 만든다.

게다가 드라마 혹은 주연배우를 보는 시각이 남자와 여자가 판이하게 다른 점도 이런 시스템을 부추긴다.

남자 시청자는 주연 여배우의 미모를 먼저 본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어차피 드라마는 유치한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는 터라 어쩔 수 없거나 아니면 시간 때우기 용으로 진지하지 못한 태도로 건성건성 시청하는 탓에 몰입하지 않는 이유다.

'감격시대'를 보면서 데쿠치 가야 역의 임수향이 예쁘냐, 김옥련 역의 전세연이 예쁘냐, 그도 아니면 서브역할인 소소 역을 맡은 김가은의 보이시한 매력이 더 낫나, 선우진 역의 이해인의 여성적인 캐릭터가 더 아름다운가에 관심이 클 뿐 방삼통 황방 일국회 등 한중일 3국의 조폭대결에서 현실감을 느끼지 못한다.

여자들은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의 캐릭터나 전지현의 소화력보다는 그녀가 입고 나온 의상과 걸친 액세서리에 관심이 더 크다. 하지만 남자배우를 보는 눈은 달라 김수현 박해진 신성록 등의 얼굴만 보는 게 아니라 각자 맡은 캐릭터와 연기력 등을 분석한다.

아무리 작가나 연출자가 여자가 부각되는 작품을 만들려고 해도 시청자가 그 의도대로 따라오지 않는 이유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남자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드라마를 기준으로 제작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또한 외국 남녀들의 동양 혹은 한국의 이성에 대한 선호도의 영향도 적지 않다.

여자 주인공을 내세워 흥행과 평단의 평가에서 드물게 성공한 할리우드 영화 '미녀삼총사'의 세 번째 주인공에 당시 무명이던 중국계 루시 리우가 캐스팅된 이유는 오로지 제작비 절감 차원이었지만 이 카드는 오히려 '신의 한 수'였다. 이는 그보다 2년 전 개봉돼 성공한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뮬란'의 성공요인과 궤를 함께 한다.

'뮬란'을 접한 서양 사람들은 오랜 세월 갖고 있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환상과 직결되는 작고 찢어진 외까풀 눈에 광대뼈가 도드라진 뮬란의 캐릭터에 열광했고 그 열기는 루시 리우까지 이어졌던 것.

그런데 사실 한국의 여배우들 중에 뮬란 같은 캐릭터는 없다. 모델 장윤주가 고작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알다시피 장윤주가 결코 뛰어난 미모가 아님에도 세계적인 모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의 지극히 동양의 고전적인 용모 때문이었다.

그런데 외국의 여자들의 한국 남자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미녀들의 수다'에서 동서양의 외국 여자들이 한국남자가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친 이유는 한국남자의 자상함과 따뜻함이었다. 더욱 흥미로운 대답은 서양 미녀들의 '털이 없어 피부가 부드러워 좋다'는 이유였다.

'겨울연가'의 이민형(배용준)이 보여준 한국 남자의 자상하고 섬세하며 순정적인 이미지와 서양남자의 과하게 큰 코와 달리 적절하게 균형이 잡힌 용모에 피부가 매끄러운 한국 남자는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

드라마 제작자는 외국여성에게 어필하는 남자배우가 돋보이는 드라마의 제작방향을 수정할 수 없다.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는 늙었고 한국에서는 이민호 김수현 등 젊고 잘 생기고 여자에 대한 순애보의 이미지로 똘똘 뭉친 샛별들이 반짝반짝 빛난다. 할리우드에서 이병헌이나 장동건을 사랑하는 것은 미국에 그만큼 잘 생긴 배우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잘 생긴 한국배우이기 때문이다.

[티브이데일리 유진모의 테마토크 news@tvdaily.co.kr/ 사진=티브이데일리 DB]

김수현

| 이민호| 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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