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그럴수도.." '상처만 후벼파는' 性폭력 상담센터

이후연기자 입력 2014. 3. 25. 11:56 수정 2014. 3. 2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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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부에게 3년간 성폭행 당했다는데..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의붓아버지의 성폭력에 시달리던 초등학생 A 양은 2011년 말 가까스로 용기를 내 어머니에게 사실을 털어놨다. 놀란 A 양의 어머니는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찾았고 센터 측은 수도권 지역의 한 해바라기아동센터(이하 해바라기센터)를 연결해줬다. 해바라기센터는 2004년부터 여성가족부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성폭력 피해아동을 대상으로 의료 및 상담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2012년 2월 해바라기센터를 방문해 상담하던 A 양은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다. 끔찍했던 피해 경험을 털어놓자 상담사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아빠가 그럴 수도 있지, 뭐"라는 식의 대꾸를 반복하며 A 양의 진술을 귀담아 듣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 A 양의 어머니가 재판 전 법률조력인 지원을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재판 도중 뒤늦게 법률조력인 지원이 이뤄졌지만 그마저도 반쪽짜리였다. 법정 모니터링은 물론 사건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 등을 지원한다던 해바라기센터 측은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 결국 재판은 무죄로 끝났고 해바라기센터는 A 양의 어머니에게 '항소시 100만 원 정도 지원해줄 수 있다'는 고지만 남겼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상담·의료·수사·법률지원을 한 곳에서 한다는 원스톱지원센터 역시 제 기능을 못했다. 낙후한 시설 탓에 A 양과 친구들의 진술이 밖에 있던 사람들에게 그대로 들렸지만 센터 관계자는 끝까지 진술을 강행했다. A 양은 사건 내용이 의붓아버지에 의한 성폭력인 만큼 어머니가 자신의 진술 내용을 듣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해자 신문 조서를 어머니와 함께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A 양은 어머니를 가슴 아프게 했다는 자괴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25일 성폭력 피해자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해바라기센터나 원스톱지원센터 등 피해자 지원 기관의 잘못된 대응으로 오히려 피해자들을 힘들게 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전문가들은 피해자 지원 기관들이 피해자 중심의 운영보다 수사상 필요한 증거를 얻거나 상담건수 등 실적 위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성폭력 상담건수는 지난 2011년 6만5922건에서 2012년 7만7099건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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