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까탈레나'가 뭐 어때서.. 닥치고 춤이나 추자고

2014. 3. 2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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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23일 일요일 맑음. 탈 날라.
#101 오렌지 캬라멜 '까탈레나' (2014년)

[동아일보]

초밥 위에 얹힌 오렌지 캬라멜. 맛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뮤직비디오 캡처

3인조 여성그룹 '오렌지 캬라멜'이 이달 초 낸 신곡 '까탈레나' 뮤직비디오가 KBS에서 '인명 경시'를 이유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인어가 초밥 되는 이야기가 황당무계하긴 하지만 인어가 초밥 되는 걸 보고 '사람 목숨이란 참 우스운 거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경박하고 얄팍한 이일 거다. 데뷔 이래 초지일관 '병맛코드('B급 취향'을 뜻하는 신조어)'를 내세워온 '오캬(오렌지 캬라멜의 약자)'는 이로써 또 한번 크게 주목받게 됐고, 레이디 가가의 다음 북미 순회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하게 될 확률을 좀더 높였구나.

대형마트용 생선 포장에 한 명씩 들어간 오렌지 캬라멜 멤버들은 개당 4000원에서 세 차례 가격인하를 거쳐 2000원, 1000원, 급기야 세 개에 1000원으로 평가절하되지만, 이들 '인어(양식)'와 달리 개그맨 김대성이 여장한 '문어(자연산)'는 초지일관 개당 8000원이라서 부러움을 받는다는 내용의 이 비디오를 '유치하고 캐치한(catchy·귀를 잡아끄는) 후렴구와 안무에 아무런 의미 없는 콘셉트를 얹은 팝 쓰레기'라 치부한대도 좋다.

어차피 팝이란 건 사탕 같은 거고 먹기 싫으면 뱉으면 그만이다. 무려 미국과 영국의 인디 록밴드까지 찾아서 듣는 드높은 취향의 음악 마니아인 나도 다른 분야에선 '팝 쓰레기' 비슷한 걸 열심히, 또는 열의 없이 좀비처럼 소비한다. 옷은 대충 패스트 패션 브랜드나 아웃렛에서 1년에 한두 번 쇼핑하고, 양말 역시 남들이 사주는 거나 집에 있는 걸 대강 신는 거다. 의상이야말로 미를 추구하는 인간 정신의 숭고한 날개이기 때문에 함부로 입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개성과 창의성을 갖춘 덜 알려진 옷을 추천하는 디자이너들의 눈엔 나도 그 분야에서 '한심한 저급 소비자'일 뿐이다. 물론 의식주를 포함한 거의 모든 생활의 전방위에서 높은 취향의 제품을 선택하는 이들도 주변에 있는데, 내겐 그들의 삶이 좀 피곤해 보인다.

아 참, 인명경시에 대한 얘기를 좀 하려다 그만 흥분을…. 양식 인어가 자연산 문어에 비해 무려 24배나 싸지는 뮤직비디오 속 슬픈 산수가 상징하는 건, 제작자가 의도했든 아니든, 인명의 경중보다는 이런 저급 팝 문화와 고급 예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아님 말고.

미래의 내 아이가 '까탈레나'를 보고 "아빠는 333원짜리야, 8000원짜리야?"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닥치고 춤이나 춰."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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