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초등생 성폭행 과잉 보도로 2차 피해.. 언론사가 손배 책임

정재호기자 2014. 3. 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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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초등생 납치ㆍ성폭행 사건을 과도하게 보도한 언론사들이 피해자와 가족에게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배호근)는 피해자와 가족들이 신문사, 방송사, 종합편성채널 등 3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2,300만~3,000만원씩 모두 7,800만원을 배상하고 기사 15건을 삭제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나주 초등생 사건은 범인 고모(26)씨가 2012년 8월 집에서 잠자던 A(당시 6세)양을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하려다 중상해를 입힌 사실이 알려져 큰 파장을 일으켰다. 대법원은 지난 2월 고씨에 대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하고, 성충동 약물치료 5년과 전자발찌 부착 30년, 신상정보 공개 10년을 확정했다.

고씨의 형사 사건과 별개로 A양과 가족들은 사건 발생 직후 일부 언론사의 경쟁적인 보도로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 당했다며 지난해 7월 소송을 냈다. 언론계는 이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 피해자 가족에 대한 보도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도준칙 등을 제정했다.

재판부는 판결에 앞서 "언론사는 이 사건과 같은 잔혹한 범행이 재발되지 않도록 범행 동기나 원인 등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등 공익 차원의 보도를 할 필요가 있지만, 피해자나 가족의 사적 영역에 대한 과도한 침해는 허용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피고 언론사들은 피해자의 집 위치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사진을 보도하고 개인기록인 그림일기장 등도 무단으로 보도했다"며 "특히 비밀 영역에 해당하는 (A양의) 상처 부위를 찍은 사진을 공개해 피해자의 사적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사건 경위와 무관하게 피해자의 부모와 관련한 증명되지 않은 사실을 암시하는 보도를 해 명예를 훼손하거나 범죄의 원인 일부가 마치 피해자측에 있다는 인상을 주기까지 했다"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을 언론사가 금전으로나마 보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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