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은이 엄마에요

고란 2014. 3. 1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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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자는 고은맘①]

"안녕하세요. 중앙일보 고란 기자입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늘 이렇게 인사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 몇 달새 인사말이 바뀌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고은이 엄마에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지난해 12월 5일 출산을 하고 지금은 육아휴직 중입니다.

말로만 듣던 육아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쟁'만 벌이다간 산후우울증에 시달릴 듯하여, 전쟁의 흔적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밥 먹고 하던 짓이 글 쓰는 일이라 직장을 떠나 고은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육아일기'라기엔 거창하고, 그냥 사는 얘기입니다.

(2013년 12월 23일) 안녕하세요. 고은이 엄마에요.

(아래 글은 제가 지인들에게 보낸 안부 메일을 정리한 글입니다)

엄마가 된 후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 지난 5일 딸을 낳았습니다^^. 이제는 그 완벽해 보이던 애 딸린 유부녀의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4일 저녁 7시.

41주가 되도록 나올 생각을 안 하던 튼튼이(태명)를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해

유도분만을 하러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평소 외래 때 지나치기만 했던 그 병원 건물의 지하 1층, 분만실에 들어갔습니다.

여러 개의 침대가 쭉 늘어서 있고,

거기 산모들이 하나 둘 들어차는데,

정말 무슨 아기 낳는 '공장' 같은 느낌이었습니다.ㅠ

이전엔 진통이 없더니 그 분만 침대에 눕자마자 미약하나마 진통이 시작되는 듯 했습니다.

(그 분만실에선 공중에 분만 호르몬이 떠 다니는 듯 싶었습니다 ㅠ)

튼튼이 맥박을 체크하는 걸 배에 붙이고 누워 어여 유도분만 절차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데

8시가 좀 넘었을까 싶은 시점에 갑자기 간호사들이 오더니 분위기가 어수선해졌습니다.

이것저것 체크하고 자기들끼리 뭐라 하고 보호자를 찾고.

무슨 일이냐 했더니,

자궁이 수축되자 튼튼이가 맥박이 지나치게 느려졌다고 하네요.

정상 범위가 120~160인데, 갑자기 60까지 떨어졌다고.

만약 이 상태가 계속되면 자연분만이 힘들고 제왕절개를 해야한다고 하더군요.

계속 지켜보고 판단하자는데, 이후엔 별 이상 증세가 없어 드디어 밤 11시쯤 유도분만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넘기고, 다음날 아침 9시가 넘었을까 싶은 때엔

정말 경험해 보지 못한 진통이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을 채운 건, 오직....

무통주사,,, 뿐이었습니다.

무통주사는 정말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회복 과정에선 허리가 끊어질 듯한 후유증을.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ㅠ)

무통주사를 맞고 나니 정말 진통이 싹~~ 사라졌다는.

출산도 할 만하네,,, 싶었는데,,,,,

11시쯤....

튼튼이가 자연분만하면 위험할 수 있어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하여간 그렇다는...

결국...최악의 케이스에 제가 해당 되게 됐습니다.

진통은 진통대로 겪고 제왕절개를 하는. ㅠ

수술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오후 1시 38분. 튼튼이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엄마 냄새 맡으라고 얼굴 보여주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전에 그냥 아기 보면 눈물이 날 거라고,,, 출산하면 그 말의 의미를 알 거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그랬습니다.

그냥 하염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튼튼이는 '기흉'이라는 판정을 받고 약 3일간 치료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보통 신생아들처럼 면회 시간에 얼굴도 볼 수 없고,

먼 발치서 봤을 땐 여기저기 주사 바늘을 꽂고 있어 안쓰러웠는데,

역시 태명처럼 튼튼해서인지 금방 회복했습니다.

지금은 조리원 10여 명의 아이들 가운데 몸무게로 짱 먹고 있습니다.

태어난 지 18일째 되는 22일, 4.1kg을 찍었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싼다는^^

아직 출생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이름은 '고은'이라고 지었습니다.

이름에 아빠뿐 아니라 제 성(고)도 넣고 싶어서 이렇게 지었습니다.

(안타깝게도,,,한자는 高(높을 고)를 쓰고 싶었지만,

시어머니가 작명소 가시더니 그건 별로라고 해서 한자는 고(밝을 고)로 쓰기로 했습니다.)

수유하고 나면 어깨가 뻐근하고,

기저귀를 갈고 나면 허리는 끊어질 것 같고,

시도때도 없이 맘마 달라고 할 때면 귀찮고,

이유 없이 울어제낄 때면 참 밉습니다.

회사에서 입지는 좁아진 듯 하고

사회적 존재감은 약해진 듯싶고,

몸매는 완벽한 아줌마로 접어든 듯해,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나곤 합니다.

그래도 저에게 올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고은이입니다.

이유를 줄줄이 대기는 어렵지만,,,

고은이를 보고 있으면 그냥 그런 생각이 듭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 이어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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