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압박하려 기획 폐업"

박철응 기자 2014. 3. 1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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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본사에서 물량 떼가 실적 악화.. 표적 폐업 의심"본사 "폐업 업체 만류했는데 경영권 가진 사장이 결정"

지난달 26일 저녁 삼성전자서비스 광명해운대센터 사장 ㄱ씨는 노조 조합원 몇 명을 불렀다. 그는 "회사는 외부 지시를 받다보니까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 많았다. 우리 사원들이 결정하는 건 없다"며 적자를 면할 방법이 없다면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서비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합원들은 "원청에서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물량을 떼가서 빚어진 적자"라고 따졌지만 ㄱ씨는 다음날 바로 폐업 공고를 냈다. 결국 회사는 지난 8일 폐업을 단행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는 지난해 7월 지회 설립 후 광명해운대센터가 관할하던 아파트 밀집지역을 원청 측이 떼 가서 해운대구 12만9000가구 중 5만3000가구가량이 떨어져나갔다고 주장했다. 광명해운대센터에 이어 지난달 28일 충남 아산센터와 경기 이천센터도 폐업 공고와 계약 해지 사전 통보를 했다.

금속노조는 11일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 자본이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일감 빼앗기 등을 통해 기획된 폐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달 중에 전면적인 총파업 투쟁과 대규모 집회 등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회는 1500여명의 조합원 중 3분의 2의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광명해운대센터와 아산센터는 노조 부지회장이 소속된 곳이어서 '표적 폐업'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이천센터는 사장이 비조합원들에게 비공개로 "몇 달 후 다시 문을 열겠다"고 말해 '위장 폐업' 혐의가 짙다고 금속노조는 밝혔다.

금속노조는 또 다른 부지회장 소속 센터인 동인천과 분당 등에서는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짜리 계약 연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계약기간 연장 합의서에는 '최소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경고하고, 2회 이상 누적 경고 시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중 부지회장들이 속한 7곳의 센터 중에 2곳은 폐업, 2곳은 초단기 계약을 맺은 셈이다. 박정미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파업과 집회 등으로 수리 실적이 낮은 조합원은 사실상 해고하겠다는 것이며, 3개월에 불과한 계약 기간은 교섭권·파업권 등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없는 식물노조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업무 도급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협력업체들을 구제하기 위해 3개월간 최소 조건을 달성하면 계약을 이어가겠다는 기회를 줬는데도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며 "폐업 업체는 서비스 공백을 피하기 위해 만류했는데도 경영권을 가진 사장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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