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깬 LG전자 상무의 일침 "여자라고 특혜 기대하지 말라"

박정현 기자 입력 2014. 3. 8. 02:57 수정 2014. 3. 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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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고 결혼하면 일 그만둔다는 고정관념, 여자라고 야근 안한다는 고정관념 있나요? 고정관념을 버리세요."

조은숙 LG전자(066570)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연구소 상무는 "여성들이 고정관념을 남성보다 더 많이 갖고 있을때가 많다"며 "여자부터 '내가 여자니까…'하는 고정관념이나 특혜 의식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 상무는 지난 7일 구글코리아가 개최한 '여성 엔지니어의 밤'에 참석해 국내 여성 엔니지어들에게 이처럼 말했다. 구글은 매년 여성의 날(3월 8일)을 기념해 전세계 50여개 주요 도시에서 '여성 엔지니어의 밤'을 개최하는데, 올해는 한국에서도 열렸다.

"만나는 친구마다 저한테 '너 아직도 회사 다녀?'라고 물어봐요. 여자라고 결혼하고 애낳으면 회사를 그만 둬야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나봐요."

조 상무는 1988년 LG전자에 입사한 이후 휴대전화 개발 업무를 맡아왔다. 조 상무는 2006년에 임원이 됐다. 그는 2005년에 임원이 된 류혜정 상무, 그리고 지난 2013년 말에 승진한 김영은 상무와 함께 LG전자에 3명밖에 없는 여성 임원 중 한명이다.

조 상무는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LG전자 연구소에 입사했다. 당시 그는 연구소의 첫 여성 직원이었다. 여성 직원을 처음 받아본 남성 선임들은 어떻게 대할 줄을 몰랐다. 연구소에서 출산 휴가를 낸 것도 조 상무가 처음이었다. 두달간 출산 휴가를 가는 것에 대해 남성 선임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LG전자는 유독 여성 승진에 박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조 상무는 "IT업계의 특성상 엔지니어 출신 여부를 막론하고 여성 임원의 비율이 1% 미만으로 매우 낮다"며 "앞으로 여러분들이 더 열심히 해서 여성 임원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의 남성 동료·선임들의 호의를 가장한 배척을 경계하라고 말했다. 조 상무는 "남자 선임들이 '일요일이니까 나오지마' '야근하지 말고 일찍 들어가'라고 하면 '어차피 너는 우리 세계에 못 끼니까 일찍 가라'는 뜻은 아닌지 경계하라"며 그런 '배려'는 쉽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유독 여성 임원이 드문 회사다. 여성 임원들의 승진도 희소하고,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이 3명 밖에 되지 않는다. 조 상무가 몸담고 있는 MC 연구소는 더욱 남자 비중이 높다.

조 상무는 남성 중심의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남자 멘토를 두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모르는 남자의 세계는 남자 멘토를 통해 배우라"며 "IT업계 특성상 주변에 남자가 많을 수 밖에 없는데 그걸 받아들이고 남자들과 관계를 중요시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여성 엔지니어의 밤' 행사에는 조은숙 상무를 포함해 KT(030200)융합기술원 미래사업개발그룹의 김지희 상무, 이포넷의 이수정 CEO, 티맥스소프트의 장혜진 연구원 등이 강연자로 나섰다. NHN, 카카오, KTH(036030), SK플래닛 등 다양한 IT회사의 여성 개발자들 40여명이 참석해 질의응답 방식으로 여성 개발자로서의 고충을 나누고 사회 선배로서 조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포넷을 창업한 이수정 CEO는 "남편을 내 편으로 만들고, 애들 친구 엄마들한테 밥을 사서 내 편으로 만든다"며 가사와 업무를 병행하는 노하우를 소개했다.

KT융합기술원의 김지희 상무는 "남성과 여성들이 회사에서 하는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여성이라고 회사 내 책임감이 많아지는 것에 대해 더 두려워하거나 걱정할 필요 없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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