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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베네, 뉴욕진출은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표본

입력 : 
2014-03-06 1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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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베네 김선권 대표
“세계 1위 스타벅스, 세계 중심지 뉴욕이라고 겁먹지 마라” ‘카페베네’ 김선권(46) 대표의 일성(一聲)이다. 말로만 떠드는 도전정신이 아니다. 사방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사각(死角)에서 카운트 펀치가 날아오는 정글같은 곳에 혈혈단신(孑孑單身) 뛰어든 꿈틀거리는 용기이자, 경험을 통해 터득하고 축적된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다.

‘글쎄... 한국에서 성공한 정도 가지고 중국에서 통할 수 있을까?’

2010년 5월 김 대표가 중국인 투자자들과의 미팅 후, 자리를 일어서는 그들의 옅은 웃음 속에서 읽은 그들의 속내였다. 2010년 당시 카페베네는 론칭 3년 만에 스타벅스를 누르고 한국 커피시장 1위로 부상한 기린아였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카페베네는 여전히 신생 무명기업일 뿐이었다. 중국의 큰손들은 여전히 한국을 변방의 작은 나라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다.

해외 1호점의 위치로 중국과 미국을 염두에 두고 회사 임원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던 중 김 대표는 특유의 오기와 도전정신이 솟아올랐다. ‘스타벅스 따라하기’를 거부하고 한국시장에서 스타벅스에 정면 도전했던 그이기에 해외진출에서도 정면도전 하기로 결심했다. 세계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자 스타벅스가 장악하고 있던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었다. “처음 스타벅스를 분석할 때에도 겁먹지 않고 들여다보니 비로소 빈틈이 보였었어요. 뉴욕 맨해튼 시장도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들여다보니 틈새가 보이더군요.”

당시 맨해튼은 몇몇 독립카페를 제외하면 테이크아웃 위주의 스타벅스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편안히 앉아서 먹거리를 즐기려는 인간의 본성은 세계 어디서나 똑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국내 매장처럼 편안한 의자, 북카페, 와이파이 등을 갖추고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와플과 젤라또 등 다양한 디저트도 결합했고 전통 음료인 오곡라떼, 미수가루라떼도 그대로 가져갔다. 뉴요커들이 즐겨 먹는 메뉴인 샌드위치도 추가했다. 2012년 2월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오픈한 카페베네 해외 1호점은 그렇게 탄생했다.

김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스타벅스에 식상해 있던 뉴요커들은 카페베네에 큰 호응을 보였다. 바쁜 줄만 알았던 뉴요커들은 마치 한국의 카페베네 매장에서처럼 책을 읽고 노트북으로 일을 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방문객들도 한인이나 아시아국가 여행객만이 아니다. 다양한 피부색의 뉴요커들이 자연스럽게 카페베네를 찾았다. 오곡라떼, 미수가루 등 우리말 그대로 표기한 음료들은 현지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현지 언론들도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글로벌 시장, 무명의 설움... 실력만 있다면 결국 극복해

국내 커피 브랜드 최초로 맨해튼에 진출한 만큼 그 자체로도 난관이 많았다. 미국인들에게 한국은 커피 불모지였고 카페베네는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김 대표는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크라운 플라자 호텔 1층에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10년간 임차계약을 했다. 하지만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건물주는 미국에 보증금 관행이 없는데도 카페베네에 대해 믿음이 안 갔는지 1년치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요구했다.

김 대표가 무명의 설움을 견딘 것은 자기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미 국내에서 최고의 커피전문가들을 영입해 커피 품질을 개선하고 있었다. 또한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 부회장을 카페베네 고문으로 영입해 서구 커피시장의 새로운 트렌드인 ‘제3의 물결’을 선도하고 있었다. 커피 제3의 물결이란 원두 고유의 맛과 향을 살려 다양한 소비자 입맛에 부응하는 것으로 미디엄 로스팅을 통해 커피를 만드는 것이다. 미디엄 로스팅은 필연적으로 최고급 생두를 써야 한다.

이를 위해 카페베네는 브라질 최대 단일 커피 농장인 ‘이파네마(Ipanema)’와 생산에서 가공까지 직접 관리하는 FTT(Farm To Table)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최초의 계약이다. 이로 최고급 생두를 안정적으로 조달받을 수 있게 됐다. 연간 1천 톤 생산 능력을 갖춘 로스팅 시설도 갖추었고, 여기서는 선로스팅 후블랜딩을 한다. 이 방법은 더 복잡하고 비용도 더 많이 들지만, 각국에서 수입된 커피 생두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 대표는 “지금도 뉴욕진출 당시를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무엇이든 첫 주자가 힘든 법이지만 실력과 의지가 있다면 극복 가능하고, 성공하면 그만큼 선점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성공하니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러브콜 쇄도해

뉴욕에서 성공하니 중국 등 아시아 국가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쇄도했다. 카페베네는 현재 중국 등 아시아 12개국에 합작법인 및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이 체결됐다. 2014년 2월 현재 국내 940여 개 매장을 비롯해 미국 82개, 중국 300여 개, 필리핀 5개, 인도네시아 5개, 일본 1개 등 총 1,300개가 넘는 가맹점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진출 역사가 카페베네보다 길고 규모도 큰 롯데리아, 파리바게뜨 등보다 더 앞서는 속도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까지 전 세계 1만개 매장 목표가 실현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카페베네의 성장 스토리는 미국 학계에서도 주목을 받아 지난해 9월 초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웹사이트에 카페베네 성공사례 논문(논문제목: Caffébene: master brewer of growth and global ambition)이 실리기도 했다. 미국 LMU(Loyola Marymount University) 대학 데이비드 최교수와 중앙대 강병오 겸임교수가 공저한 논문이다.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도 애플과 삼성전자, 코카콜라와 팹시콜라, 맥도널드와 KFC의 관계처럼 라이벌이 있다. 인간이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먹는다는 커피 시장에서 스타벅스의 독점 구도를 깨고, 카페베네와 경쟁하는 라이벌 관계가 새롭게 형성될 지 주목된다.

[매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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