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를 바라보는 6개의 시선… 남산예술센터 올 프로그램 공개

문학수 선임기자

다른 주제지만 ‘역사 연결’시도

국내 창작극의 주요 무대로 손꼽히는 남산예술센터(옛 드라마센터)가 2014년 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초연작 5편과 4년 연속으로 재공연하고 있는 <푸르른 날에> 등 모두 6편의 창작극이다. 남산예술센터 이규석 극장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동시대성을 지향하는 창작극은 남산예술센터의 정체성이자 지향점”이라며 “올해 선정한 6편의 작품은 각기 다른 주제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연극과 사회를 바라보는 동시대적 시선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고 말했다. 특히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군부독재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연결해보려는 시도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남산예술센터가 4년 연속으로 무대에 올리는 연극 <푸르른 날에>. | 남산예술센터제공

남산예술센터가 4년 연속으로 무대에 올리는 연극 <푸르른 날에>. | 남산예술센터제공

가장 먼저 막을 올리는 연극은 <남산 도큐멘타 연극의 연습-극장 편>(이경성 연출, 3월15~30일)이다. ‘드라마센터’라는 극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른바 ‘장소특정적 연극’이다. 극장이 건립된 1960년대부터 남산 일대에서 일어났던 각종 사회적 사건들, 주변 장소들의 기능과 자취 등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되새김하는 다큐 연극이다. “우리 현대사의 흐름을 극장 안으로 가져오는 시도”라는 게 극장 측 설명이다.

이어 공연되는 <바후차라마타>(배요섭 연출, 4월5~20일)는 한국과 인도 예술가들의 공동작업이다. ‘바후차라마타’는 인도 남부의 젠더 전환자 공동체인 ‘히즈라’가 섬기는 신의 이름이다. 트렌스젠더와 동성애자 등 성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성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서는 것, 아울러 대안적인 젠더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올해로 4년 연속 공연되는 <푸르른 날에>(고선웅 연출, 4월26일~6월8일)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다. 하지만 당시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을 보여주기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오늘의 시선에 대해 말하는 연극이다. 비극적이고 무거운 주제를 고선웅 특유의 경쾌하고 해학적인 무대 언어로 풀어낸다. 이어지는 <즐거운 복희>(이성렬 연출, 8월26일~9월21일)는 극작가 이강백이 오랜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한적한 호숫가 펜션 마을을 배경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욕망과 이기심, 그로 인해 빚어지는 비극을 그린다. 극장 측은 “선과 악, 허구와 진실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 묻는 연극”이라고 설명했다.

<투명인간>(강량원 연출, 9월30일~10월19일)은 소설가 손홍규의 단편을 강량원이 연극 언어로 각색하고 연출하는 작품이다. 아버지 생일에 모인 가족들이 장난으로 시작했던 투명인간 놀이가 현실의 비극을 폭로하는 과정을 그린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배우의 외줄타기로 구현하거나 무중력 상태의 몸, 마네킹 상태의 몸 등 다양한 신체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마지막 작품인 <나는 왜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김재엽 연출, 11월4~30일)는 시인 김수영의 생애와 시를 모티브로 삼는다. “김수영 일대기의 재현이 아니라 그의 삶과 문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숙제에 대한 연극”이라는 것이 극장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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