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 2014 시즌 프로그램 6편, 무엇무엇?

【서울=뉴시스】'2014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연출·작가
극작가 이강백(67)씨는 5일 '2014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간담회에서 '남산 도큐멘타: 연극의 연습-극장 편'(15~30일)의 이경성 연출, '바후차라마타'(4월 5~20일)의 배요섭 연출을 가리키며 이 같이 말했다.
두 작품 모두 독특한 형식이 눈길을 끈다. '남산 도큐멘타: 연극의 연습-극장 편'은 드라마센터라는 극장이 주인공인 '장소특정적 연극'을 표방한다. 이 곳을 중심으로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 맥락과 시대적 의미를 재조명한다. '바후차라마타'는 성정체성과 대안적 젠더에 대한 고민을 한국과 인도 예술가들의 공동작업으로 보여준다.
이 극작가는 서울문화재단(대표 조선희) 남산예술센터의 전신인 연극연출가 겸 극작가 유치진(1905~1974)의 드라마센터 극작워크숍을 통해 발굴됐다. 이곳은 드라마센터 시절부터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일찌감치 연극계에서 주목받은 곳이다. '동시대 창작 연극의 메카'를 표방하는 남산예술센터 역시 이러한 기조를 이어 받아 새로운 창작극을 선보이고 있다.
이 극작가는 "한국 연극계에서 저분들처럼 실험적이고 남들이 해보지 않은 길을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면서 "두 분의 시도로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나는 왜 저런 데 끼지 못하고 나이든 수법으로만 끌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세대는 그런 것을 배제했어요. 정도의 길이 아니라는 거죠. (남산예술센터가) 이렇게 격려하고 후원하고, 기회를 주는 것에 깊은 감동을 받았어요."
올해 시즌 프로그램은 5편의 신작과 올해로 4년째 재공연하는 '푸르른 날에'까지 총 6편의 창작극으로 구성됐다. 다양한 형식과 주제이나 동시대적 시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뉴시스】'2014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연출·작가
'바후차라마타'는 남산예술센터와 공연창작집단 뛰다가 인도 예술가들과 협업한 작품이다. 제목은 인도의 젠더전환자 공동체 히즈라가 섬기는 신의 이름에서 따왔다. 현대사회가 고수하고 있는 생물학적 기준에 따른 성의 이분법적 구분과 차별을 넘어서고자 한다. 인도와 한국의 성적 소수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남산예술센터 무대 이후 인도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플레이팩토리 마방진 겸 경기도립극단 예술단장인 고선웅씨가 연출하고 신시컴퍼니가 제작하는 '푸르른 날에'(4월26일~6월8일)는 해마다 5월에 관객들을 모으는 인기작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동시대적 시선으로 풀어내 호응을 얻고 있다. '명랑한 신파'를 표방하듯 고 연출 특유의 경쾌하고 과장된 무대 어법이 독특한 울림을 안긴다. 남산예술센터 공연 직후 광주에서 초청공연한다.
이 극작가는 극단 백수광부(예술감독 이성열)와 손잡고 신작 '즐거운 복희'(8월26일~9월21일)를 선보인다. 어느 한적한 호숫가 펜션 마을을 배경으로 평범한 인간들의 욕망과 이기심을 다룬다. 이들이 빚는 비극을 통해 선과 악, 허구와 진실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 묻는다. 총 5막인데 그 사이 4개의 복희 모노극이 삽입되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이 극작가 3년 전 집필 당시부터 드라마센터의 무대를 염두에 두고 인물의 동선을 짜고 장면을 구성한만큼, 무대 구성이 기대를 모은다. 보통 극장과 다른 '아레나' 형태의 무대를 호수로 탈바꿈한다.
이 극작가는 "1970년대 오태석의 '초분'을 드라마센터에서 봤어요. 조그마한 섬이 배경인데 조명 등으로 바다를 표현했는데 푸른 빛 종류를 80가지 본 것 같았어요. 그 때를 잊을 수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남산 도큐멘타: 연극의 연습-극장 편'
강 대표는 "글쓰기 희곡을 어떻게 무대에서 몸으로 만들 수 있을 지 고민 중"이라면서 "대사가 관객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쓰여져 있어서 연극으로 옮기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11월 4~30일)는 지난해 '알리바이 연대기'로 연극계 크고 작은 상을 휩쓴 극단 드림플레이의 김재엽 연출의 신작이다. '연극이 아니어도 좋은 연극-드림플레이 테제21'의 두 번째 작품으로 현대사를 온몸으로 마주한 시인 김수영의 생애와 시를 모티브로 삼았다. 김수영의 시와 산문 읽기, 김수영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거나 영향이 깊은 인물들의 인터뷰 등을 적극적으로 무대 위에 끌어들인다. 공연 시기가 서울 방학동 김수영문학관 개관 1주년과 겹치는만큼 연계 이벤트도 기획 중이다.
김 연출은 "김수영 시는 자체가 삶과 일치한다. 본인의 모습과 가장 가까운 삶을 살려고 노력한, 말 그대로 시인"이라면서 "그 시를 읽는 사람들이 만나는 순간들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소시민의 개인사가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2014년을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시는 오랫동안 살아남았습니다. 시를 무대에서 다시 한번 복원시키려고 준비 중입니다."
이들 6편의 사전 워크숍, 공연 제작 등은 남산예술센터와 극단이 공동제작 시스템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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