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하인드] '신이 보낸 사람'과 '전태일'의 공통점은?

김수정 2014. 2. 2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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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수정 기자] "배우가 직접 몸에 불을 붙인 두 번째 한국영화예요."

영화 '신이 보낸 사람'(김진무 감독, 태풍코리아 제작)은 북한 지하교회의 참혹한 현실에 대해 다룬 작품이다. 김진무 감독은 1년간 탈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냉혹한 진실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하지만 실화가 아닌 철저하게 감독의 작가주의적 고집으로 탄생한 단 한 장면이 있다. 바로 극 중 용석(지용석)의 분신 장면이다.(※본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신이 보낸 사람'은 북한의 억압된 체제 아래 믿음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신앙을 지켜나가는 소위 '지하교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강압적인 체제 속에서 처절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처절하며 동시에 절망스러운 것인지 깨닫게 한다.

김진무 감독은 최근 TV리포트와 인터뷰에서 "용석(극 중 역할 이름과 배우 이름이 같다)의 분신 장면은 '신이 보낸 사람'을 시작하게 한 장면이었다"고 밝혔다. 용석은 정신지체를 겪고 있는 마을 청년으로 철호(김인권)와 할머니를 믿고 따르며 의지하는 인물. 용석은 할머니를 잃고 예수의 그림을 얼굴에 붙인 채 지붕 위로 올라가 분신자살한다.

"예수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면서도 북한의 현실과 맞닿길 바랐다. 우리 영화에서 유일하게 상징적인 장면이다. 가장 낮은 모습으로 예수님이 오시지 않았나. 지하 교회에서 가장 낮은 자가 바로 용석이다. 북한의 강압적 체제에 목숨을 내던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용석이 '용서해줄게'라는 마지막 말을 내뱉는데, 이념 때문에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김진무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95, 박광수 감독) 이후 배우가 직접 몸에 불을 붙인 두 번째 한국영화"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제작비 여건상 CG, 스턴트가 아닌 배우가 직접 열연을 펼쳤다. 물론 안전 장치는 완벽히 준비된 상태에서 촬영했다. 사실, 용석의 캐스팅은 모두가 반대했다. 나혼자만 확신을 갖고 있었다. 지용석 내부에 응축된 에너지를 믿었고 분신 장면에서 이 에너지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1970년 11월 13일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앞에서 온몸에 휘발유를 붓고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평화시장 피복공장 재단사이자 노동운동가인 22세 전태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홍경인이 전태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으며 그해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재미있는 점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직접 분신 연기를 선보인 바 있는 홍경인이 '신이 보낸 사람'에도 출연한다는 것. 그는 분신 장면 촬영을 앞두고 지용석에서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신이 보낸 사람'에서 함께 열연을 펼친 배우 허지원은 최근 TV리포트와 인터뷰에서 "홍경인 선배가 지용석 선배에게 정말 많은 조언을 해줬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정말 위험하다. 하려면 제대로 하고 못 하겠으면 정확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하더라.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지만 지용석 선배는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고 다행히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사진=영화 '신이 보낸 사람',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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