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 인권유린, 한 사람 때문에 온 주민 범죄자로 매도"

2014. 2. 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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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주빈 기자]

천일염을 연간 8만 톤 생산해 전국 생산량의 28%를 차지하고 있는 신의도 염전. '청정 소금의 바탕골'을 자처하는 신의도 한 염전에서 인권유린 사건이 벌어져 온 주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이주빈

KBS 오락프로그램 < 1박2일 > 촬영지로 방송되면서 전국적 유명세를 탔던 전남 신안군 신의도. 신의도 주민 300여 명이 12일 오후 3시, 신의중학교 체육관에 모였다. 주민들이 모인 까닭은 한 염전에서 발생한 인권유린 사건과 관련 '천일염 종사자 인권침해 안하기'를 다짐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신체장애인들이 브로커의 꼬임에 빠져 신의도의 한 염전에서 수년간 '노예노동'을 하다가 탈출에 성공한 것이 알려지면서 인권유린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행사를 주최한 박영호 신의면 천일염 생산자협의회 회장은 "한 사람의 잘못 때문에 신안군과 신의면이 자랑하는 청정 천일염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아무 잘못도 없는 섬주민이 범법자로 매도되고 있다"고 탄식했다.

탄식은 곳곳에서 쏟아졌다. 천일염 생산을 하고 있는 박광석(49)씨는 "죄를 지은 한 사람 때문에, 사건이 일어난 곳이 단지 전라도라는 이유만으로 차마 입에 못 담을 지역차별 욕설과 불매운동 협박까지 듣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는 특히 "언론이 사실만 보도해주면 좋을텐데 너무 부풀려서 보도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마치 섬으로 오면 모두 다 감금당하고 폭행당하는 것으로 인식해버리고 있다"며 "대다수 염주(염전 주인)들은 인건비 정산 제대로 해주며 함께 일하고 있고 대다수 주민들은 그 사건과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모든 주민 범죄자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겨울철은 원래 염전 비수기지만 한 염전에서 인권유린 사건까지 터져 신의도 염전의 겨울은 더욱 스산하기만 하다.

ⓒ 이주빈

신의도는 1박2일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탄 섬이다. 하지만 한 염전의 인권유린 사건 이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원색적인 모욕을 온라인 등에서 듣고 있다. 여객대합실 옆에 자랑삼아 만들어 둔 1박2일 촬영지 안내판이 쓸쓸하다.

ⓒ 이주빈

몇 해 전 귀향해서 염전을 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염주들은 일할 사람을 대개 인력소개소에서 소개받아 고용해왔다"고 귀띔했다. 염주들은 소개비와 선불금으로 최하 4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선지급하고 일꾼들을 데려오는데 일부 일꾼들은 선불금만 챙겨 도망가는 일이 많아 어떤 염주는 한 해 동안 선불금 피해만 1500만 원 이상 봤다는 것이다.

그는 "유독 한 사건만 부풀려 온 주민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이 원망스럽긴 하지만 지역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이유 불문하고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런 행사도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아버지에게서 소금밭을 이어받아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내가 그 피해자라고, 또 그 가족이라고 생각해보자, 천불이 날 일"이라며 "죄 지은 사람은 벌 받으면 되지만 모든 주민을 범죄자처럼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신의도는 연간 8만 톤의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다. 전국 생산량의 28%, 신안군 생산량의 33%를 차지하는 물량이다. 신의도에서 소금밭을 일구고 있는 239명의 생산자는 연간 319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박영호 천일염 생산자협의회 회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종사자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우리의 굳은 결의를 보여주자"며 "이 대회가 불미스런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회에 참석한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종사자에게 폭언·폭행을 하지 않고 ▲종사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는 즉시 신고하기 등을 결의했다.

신의도 천일염 생산자들이 '인권 지키기 결의대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박우량 신안군수가 참석자들에게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하자 한 주민이 "군수님, 우리 신안군을 다시 천사(1004)의 섬으로 만들어 주세요"라고 화답하고 있다. 천사의 섬은 1004개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의 별칭이다.

ⓒ 이주빈

한편 경찰과 노동부는 11일부터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한 신의도 염전 실태에 대해서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신안군은 "천일염 생산과정에서 인권유린 행위가 발생하면 첫 적발 시 6개월 동안 소금 생산을 중단시키고, 두 번째 적발 시에는 소금제조업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강경조치를 12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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