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여주고 월급 준다" 꾐에 '섬노예'로 팔려가는 노숙인들

배명재 기자 2014. 2. 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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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 등 외딴곳 '섬노예 사건' 왜 반복되나

외딴섬에서 장기간 임금착취 등 부당한 대우를 받는 '섬노예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섬이 많은 전남 신안에서 이 같은 사건이 집중되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10일부터 염전 인권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사회적 약자 지원과 섬 주민들의 의식 개혁 등이 병행돼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 '섬노예 사건'의 피해 대상이 주로 장애인·노숙인·전과자 등 사회적 약자"라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구호 대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경찰이 밝힌 '신의도 염전 사건'도 장애인과 노숙인이 '먹잇감'이었다. 피해자들은 '먹여주고 월급도 많이 준다'는 무허가 직업소개업자의 꾐에 빠져 목포에서 1시간여 거리 섬까지 들어가 '감옥 같은' 생활을 하다 구출됐다.

▲ 여객 부두 떠돌이 인력 많아장애인 등 사회약자 '먹잇감'인신매매식 인력 조달 횡행

▲ 주민 '폐쇄적 온정주의' 한몫경찰, 염전 인권실태 조사

경찰은 "'섬노예 사건'이 여전히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염전 규모의 영세성을 들 수 있다. 현재 신안군에는 크고 작은 염전 700여곳이 운영되고 있다. 80% 이상이 가족들이 꾸려나가는 소규모 작업장이다. 이들은 값싸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노동력을 선호하고 있다. 이런 수요를 읽고 직업소개소들은 지적장애인 등 약점 있는 일꾼들을 염전 주인들에게 알선하고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다.

'기차·버스의 종착점'이라는 지리적 특성도 한몫하고 있다. 염전 일꾼 조달 시장이 되고 있는 목포역이나 여객선 부두 등에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내려온 떠돌이 인력이 넘쳐나고 있다. 일자리가 급히 필요한 이들에게 염전은 단골 소개처가 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근로계약 등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섬으로 넘겨지고 있다. 목포 한 직업소개소 대표 ㄱ씨(48)는 "일자리는 없고, 당장 의식주를 해결하고 싶은 일꾼들은 염전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면서 "서울 등 대도시와 목포에 무허가 소개업자들이 연결돼 있어 몰래 인신매매식 인력 조달이 이뤄지면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섬 주민들의 폐쇄적인 온정주의도 문제점을 키우고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강제노역·구타·외출금지 등이 자주 발생하지만 주민들은 이를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다. 심지어는 섬을 드나드는 여객선 선착장 주변으로 염전 인부들이 접근하기만 해도 곧바로 고용주에게 통보가 되는 연락망이 짜여져 있었다고 피해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파출소와 읍사무소 등도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들 관공서는 외부 일꾼들의 동향을 아예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신안 신의도 파출소 관계자는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장기 외지인들의 동향을 면밀히 살폈으나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고 해서 요즘은 전혀 살피지 않고 있다"면서 "폭행 등을 신고하지 않는 한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신안 순수소금 작목반 김태수 대표는 "잊을 만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 지역의 인상을 깎아내리고 있다"면서 " '외지인 등록제'가 도입돼 공권력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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