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남북단일팀 외치다 옥살이..유족에 국가배상
법원 "국가 불법행위, 반인권적이고 중대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소치 겨울올림픽이 개막한 가운데 50여년 전 올림픽에 남·북한 학생으로 구성된 단일팀을 출전시키자고 주장했다가 4년 넘게 감옥살이를 한 정당인의 사연이 관심을 끈다.
1927년생인 이석준씨는 4·19 혁명 직후인 1960년 7월부터 사회대중당 경북도당 간부로 활동하다가 이듬해 5월 대구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남북 단일팀을 차기 올림픽에 출전시키자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당시 북한은 경제·문화 교류를 강화하고 남북학생회담을 열자고 제안했고, 남한의 혁신계 정당은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이씨가 연설한 집회도 학생회담을 지지하는 시민 궐기대회였다.
하지만 이씨가 연설을 한 지 일주일 만에 5·16 군사정변이 일어났다. 이씨는 `공산화를 위한 북한의 선전 활동에 동조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혁명재판소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상고 기각으로 형이 확정된 이씨는 4년 7개월간 복역한 뒤 1965년 말 가석방됐다. 이씨의 부인 조모(89)씨는 1973년에 사망한 남편을 대신해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지난 2012년 그의 누명을 벗겼다.
재심 재판부는 "평화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북 교류가 먼저 필요하다"며 "이 사건 집회도 남북 학생들이 비정치적 영역에서 상호 교류하자는 취지로 열린 것이었다"고 판시했다.
무죄 판결이 확정되자 그의 부인과 자녀는 국가를 상대로 과거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유족은 혁명재판소가 군사정변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이씨를 희생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이고 국가가 유족에 수억원대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1부(정종관 부장판사)는 이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처럼 "유족에게 총 5억4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의 불법행위는 반인권적이고 중대했다"며 "이씨가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아 4년 넘게 구금됐고 석방된 뒤에도 상당 기간 정보기관의 감시를 받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씨의 부인은 장기간 가족들의 생계를 홀로 책임져야 했고, 자녀들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체포와 수감으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와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국가 측이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3일 대법원에 상고했기 때문이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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