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맛보는 저렴하고 정겨운 된장찌개와 한우갈비탕

2014. 2. 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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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목적으로 간 대구에서 아침 겸 점심으로 한우갈비구이 식당에서 판매하는 된장찌개를 골랐다. < ;성주숯불갈비식당 > ;을 선택한 이유는 한우 갈비 전문식당에서 파는 4,000원짜리 된장찌개 식사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인지 살짝 궁금했기 때문이다. 대구 동산동에 위치한 이 집은 최소한 30년 이상 된 식당이다. '국일생갈비', '진갈비' 등 대구에서 유명한 한우 갈비전문점이 주변에 모여 있다.

정겨움과 편안함 돋보이는 양은 냄비 된장찌개

메뉴판을 보니 한우 갈비가 220g에 2만원으로 가격이 저렴했다. 서울에서 이 가격이면 한 달에 두세 번은 소갈비구이를 먹을 것이다. 된장찌개도 역시 4,000원이었다. 한우갈비탕은 6,000원. 메뉴판에는 없지만, 소고기국밥(6,000원)도 있다. 이 메뉴는 아마 육개장 모양의 국밥일 것이다. 대구는 육개장이 성한 도시이자 광역시 중 가장 음식 가격이 저렴하다. 전날 울산시를 들렀는데 음식 가격이 서울 강남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점포 안에 걸어놓은 달력도 매일매일 한 장씩 뜯어내는 옛날에 흔히 보았던 일력이다. 요즘은 이런 일력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식당의 구조도 전형적인 옛날 가옥이다. 게다가 난로도 연탄을 땐다. 이 동네는 서울로 치면 마치 종로 뒷골목의 피맛골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 식당은 한우 갈빗집이지만 4,000원짜리 된장찌개 식사를 주문해도 전혀 부담이 없어서 좋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은 허름한 분위기와 경상도 사투리가 정겨운 중년 종업원의 꾸밈없는 태도다. 서울에서 한우갈비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도 별로 없지만, 고급 음식인 한우갈비 전문점에서 만일 4,000원짜리 된장찌개를 판다 해도 손님이 찌개를 하나만 주문하기는 좀 부담스럽다. 편안함도 분명 경쟁력이자 장점이다. 우리는 된장찌개 2인분을 떳떳하게 주문했다. 그리고 아침 겸 점심이라 갈비찜도 주문했다. 갈비찜은 2만원으로 한우갈비찜이다. 된장찌개는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담아 제공한다.

양은 냄비가 건강에 별로 안 좋다고 하지만 정감이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다 한 끼 먹는 것이니 무시해도 좋을 듯하다. 작년에 지방을 다녀오다 커피나 한 잔 마시려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 그때 사람들이 양은 냄비에 라면 먹는 것을 보니 갑자기 라면이 급히 당겨 생각지도 않았던 라면을 먹었다. 순전히 양은 냄비 때문이었다.

4,000원짜리 된장찌개에 나오는 반찬은 예상대로 수수했다. 다소 거친 반찬은 생각보다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김치는 좀 아쉬웠다.

된장찌개에는 갈빗살 들어가야 제맛

필자 개인 경험으로는 소갈비를 넣고 끓인 된장찌개가 맛에서 으뜸이다. 갈빗집 된장찌개는 보통 갈비를 작업하고 남은 부위를 된장찌개에 넣는다. 그러나 이 집 된장찌개에서는 갈비 부스러기가 거의 눈에 안 보인다. 4,0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언감생심이긴 하다.

찌개의 된장이 재래 된장인지 종업원에게 물었더니 잘 모른다고 한다. 100% 재래 된장만 넣고 끓인 것은 아닌 것 같다. 대구는 서울보다 전반적으로 된장찌개가 맛있다. 재래 된장을 사용한 식당이 많기 때문이다. 대구 고산골의 안동국밥 시래기국밥 된장도 맛있고 또 고산골 보리밥집 된장찌개도 아주 좋았다. 최고의 맛은 대구 '국일생갈비' 된장찌개로 기억한다. 그러나 '국일생갈비'는 갈비구이를 먹고 나서야 된장찌개를 먹을 수 있다. 서울 석촌호수 '삼도갈비' 된장찌개가 맛있는 이유도 소갈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안동역 앞 갈비골목 식당들도 대체로 한우 갈비를 넣고 된장찌개를 끓인다. 된장은 소고기와 만났을 때 그 맛을 가장 최대치로 낸다.

이 식당 된장찌개는 구수한 맛은 덜하지만 4,000원이라는 가격을 고려하면 먹을 만하다. 서울 을지로 등심집 된장찌개는 맛있지만, 가격이 무려 9,000원이다. 대구에서는 9,000원 된장찌개를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서울과 대구의 음식 가격 차이는 현저하다. 역시 된장찌개는 비벼서 먹어야 제맛이다. 쓱쓱 비벼서 한 공기를 후딱 해치웠다.

한우갈비탕이 정말로 6,000원

갈비찜도 역시 양은 냄비에 담겼다. 그러나 갈비찜 주문은 곧 후회했다. 냉동육인지 냄새가 났다. 고기가 잔여육 등 부스러기 고기였다. 양념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원육 자체가 부실했다. 이 집 갈비찜은 입맛이 무던한 필자로서도 먹기 좀 그랬다. 대구식 소갈비찜인 동인동 갈비찜이 매운맛 일색이어서 서울 사람 입맛에는 별로 안 맞는다고 대구 사람에게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옆 좌석에서 인근 공사 현장 인부들이 갈비탕에 반주를 곁들였다. 한우 갈비를 팔지만, 이곳은 역시 서민식당 느낌이 팍팍 난다. 서울의 한우 갈비 전문점은 일단 중산층 이상이 타깃인 점에 비춰보면 사뭇 다른 느낌이다. 6,000원짜리 한우 갈비탕 역시 궁금해 주문했다.

갈비탕에 들어간 고기도 역시 잡육이었지만 고기의 양은 적지 않았다. 갈비탕에서도 약간 냄새가 났다. 갈비탕이라기보다는 곰탕 같은 국물이었다. 다음에 이 식당에 오면 된장찌개와 더불어 별도도 이 갈비탕을 주문하는 것이 현명할 듯하다. 냄새를 가리려고 양념장(다데기)도 약간 넣었다.

지출 내역(2인): 된장찌개 2인분×4000원+갈비찜 2만원+갈비탕 6000원=3만4000원

< ;성주숯불갈비식당 > ; 대구 중구 동산동 15-1 (053)255-6851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콘셉트 기획자다.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면서 인심 훈훈한 서민음식점을 일상적인 형식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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