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전쟁 때 위안부는 어디에나 있었다"..일본 우익들의 왜곡된 '여성관'

홍순준 기자 2014. 2. 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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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라도 여성들을 자국 군대의 위안부로 삼지 않아"

일본 모미이 NHK 회장이 지난달 2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힌 '위안부 발언'은 여성 인권에 대한 일본 우익 지도층의 인식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쟁지역에는 어디에나 있었고, 독일, 프랑스 등에도 있었다. 한국이 일본만 강제연행했다고 주장하니까 이야기가 복잡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차세대 총리감으로도 꼽히던 46살의 오사카 시장 하시모토 도루 일본유신회 공동대표도 "일본 위안부가 당시에 필요했다"는 옹호성 발언을 했습니다.

나카노 마사시 참의원도 이어 지난달 29일 "지금도 한국 여성 5만명이 성산업에서 일하고 있다"며 일본군 위안부를 성매매 여성과 동일시하고 있다는 인식을 적나라하게 밝혔습니다.

아베 일본 총리는 지난 2007년 1차 내각을 이끌 당시 각의 의결서에서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에는 군이나 관헌의 이른바 위안부 강제연행을 보여주는 듯한 기술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2차 아베내각의 기조와 똑같고 일본 우익 정치인사들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엔 심각한 논리적 왜곡 우려점이 있습니다. 정부 자료에 '위안부 강제연행은 없었다'는 것이 '여성이 자유 의사에 따라 위안부가 됐다'는 식으로 이어지고, 이게 '일반적 매춘'으로 왜곡, 변질되고 있는

것입니다. 증언이 있고 당사자가 있는데 '정부 자료'에 없다고 해서 부정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입니다.

당장 일본 언론들도 모미이 NHK회장의 발언에 비판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위안부 문제는 여러가지 논의가 있지만 여성 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 (마이니치)

"여성의 인권을 현저하게 유린한 군 위안부의 존재를 전쟁 중이라는 이유로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식견을 의심하게 한다"(도쿄신문)

국제 엠네스티도 성명을 통해 '위안부로 강요받은 많은 여성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미국의 외교전문 매체인 포린 폴리시는 더욱 명쾌하게 꼬집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는 이례적으로 국가가 승인해 조직적으로 운영한 제도로, 2차 대전 때 유럽에서 횡행한 군 성폭행보다 더 중대한 범죄이다"

"나치가 유대인 학살 수용소에 매음굴을 차려 여성들에게 군인 상대 매춘을 강요했지만 이런 극단적 사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절대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현재 일본 우익 정치인의 왜곡된 위안부 인식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을 겁니다.

"전쟁 중 군인들을 상대로 하는 '위안부'가 어느 나라에나 있고, 외국도 있었고, 그래서 일본도 운영했고, 그들은 사실상 매춘부였다" 피눈물이 터질 노릇입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여성인권'을 강조하며 분쟁지에서 여성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국제기금에 일본이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을 '쏙' 뺐습니다.

미국 정부는 동북아 역사갈등이 고조될 경우 아시아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여성인권에 대한 일본 지도부의 인식을 염려하는 듯합니다.

미국 하원의 로이스 외교위원장은 지난달 말 글렌데일 소녀상을 참배했습니다. 그는 "가난하고 어린 한국의 여성들이 감금된 채 '성노예'가 됐던 과거를 인정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일본은 자신들이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유엔 분담금을 내고 있다는 이유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도 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여성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정말 위험한 시도로 평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한 외교관이 일본 정부의 '위안부 시각'을 비판하며 던진 한마디 말입니다.

"어떤 나라도 여성들을 자국 군대의 위안부로 삼지는 않는다"홍순준 기자 kohs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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