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웃어야 사는 남자 임혁필 "개콘 떠나서 개그한류를 꿈꾸다"

강경윤 기자 2014. 1. 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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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이란 안전막 없지만 더 큰 한류 꿈꾼다

"꿈이 있다면 포기하지마"는 바로 내 얘기

[SBS funE l 강경윤 기자] "제 와이프가 우스갯소리로 그래요. '오빠는 연예인이었던 사람'이라고요(웃음). 팔순쯤 되면 제 이름 단 소극장 갖는 게 꿈이었는데, 전 나이 마흔줄에 꿈을 이뤘으니 지금 행복한 거 아닐까요."

찰리채플린이 그랬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웃음과 꿈을 동시에 좇는 사람들의 하루는 고단하다. 개그맨 임혁필이 '종합 퍼포먼스맨'으로 돌아왔다. 개그 하던 사람이 웬 퍼포먼스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임혁필은 인생을 희극에 가깝게 하고자 이 길을 택했다.

'개콘'에서 금색가발을 쓰고 "나가있어", "불결해"를 앙칼지게 외치던 세바스찬을 기억했다면, 임혁필의 실제모습은 매우 생경하다. 진지하고 탐구적이다. 개그분야에 얘기가 나오면 냉소적이라고 느낄 만큼 분석적이다. "개그맨이라고 해서 인생도 개그일 필욘 없지 않나."라는 게 임혁필의 생각이다.

◆ 신선한 자극을 준 절친 김준호의 대상수상

화려했던 연말연시의 소란스러움이 조금 지난 뒤 홍대 앞 한 식당에서 만난 임혁필은 새로 오픈한 '임혁필 소극장'에 페인트칠을 하다가 나왔다며 조금은 피곤한 기색이 비쳤다. "많지 않은 예산으로 공연장을 꾸며야 해서 모든 걸 직접 해야 하지만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 뒤에 있기 때문에 언젠가 신(新)한류 메카로 떠오를 수 있다."며 기분 좋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임혁필은 '개콘'을 떠난 이후 샌드 아티스트로, 다양한 서적을 쓴 저자로, 전시회를 연 미술작가로, 공연 제작가 겸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연말 그의 절친한 동료이자 소속사 대표인 개그맨 김준호의 KBS 연예대상 수상의 경사는 그에게도 기쁜 일이었다.

"김준호 대표는 워낙 성실하고 남자다운 친구이기 때문에 충분히 받을 만 하다고 생각해요.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하는데 사실 조금 부럽긴 했어요(웃음). 저와 함께 활동했던 우리 세대가 '개콘'에서 여전히 사랑받는 건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진심을 다해서 축하해줬습니다. 준호가 수상 이후 만났을 때 포옹을 해주면서 응원의 말을 해줬는데, 저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됐어요."

◆ 더 늦기 전에 도전한 꿈 '펀타지쇼'

'개콘'은 아니었지만 임혁필에게도 지난 3년 간은 굉장히 바쁜 날들이었다. 임혁필은 대학로 소극장에서 다양한 퍼포머들을 모아서 공연을 펼쳤다. "꿈이 있다면 포기하지마"란 주제를 담은 '펀타지쇼(Funtasy Show)'. 제작자, 연출가, 주인공 모두 임혁필이었다. 임혁필은 소위 '밑바닥'을 뒹굴며 대학로 생존경쟁에서 3년을 버텨냈다. "메시지와 공연의 콘텐츠가 좋다."는 입소문과 세대를 아우르는 마니아 관객들을 얻은 건 큰 성과였다.

임혁필이 시도한 건 바로 '샌드 애니메이션'. 불켜진 아크릴판에 모래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이다. 샌드아트 자체가 국내 약 20명밖에 없는데다가 샌드아트와 개그공연을 접목시킨 건 임혁필이 최초였다. 뭐든 처음은 힘든 법. 임혁필은 "햄스터 목용용 모래, 백사장 고은 흙 등 좋다는 건 다 써보면서 시행착오 끝에 독학으로 샌드아트를 마스터 했다."고 말했다.

"개그 프로그램들은 모든 게 다 완벽하게 준비되고 편집된 상태를 보는 거지만 공연은 그렇지 않아요. 가끔 실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와닿는 게 많아요. 단체 관람 온 어머님들이 '이렇게 좋은 공연을 만들어줘서 정말 고맙다'며 손을 잡아주실 때는 내 일이 누군가에게는 '꿈'이 된다는 사실에 기뻐요."

◆ '개콘' 넘어 개그 한류를 꿈꾼다

임혁필은 "이러면 PD님들이 미워할텐데"라면서도 친정 '개콘'을 향한 애정어린 조언도 놓치지 않았다. 임혁필은 "가수, 드라마, 배우들은 한류가 있는데 왜 한국은 '개콘'이 전부일까요."라는 질문으로 말을 시작했다.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예능이 바로 '개콘'인데 왜 임혁필을 비롯해 많은 개그맨들은 한류는 고사하고 '개콘' 밖에서는 찬바람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것일까.

"국내 공개코미디에는 다양한 연령층이 없어요. 그건 '개콘'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들의 관성이죠. 나이든 개그맨들의 공개코미디를 조금은 기피하는. 그리고 익숙한 개그도 어느 시점이 되면 새롭지 않게 되니 개그맨들이 딜레마에 빠지는 것 같아요. '개콘'이 워낙 잘 되니까 경쟁률은 수천대 일이고 제가 가르치는 지망생들도 다 '개콘'만 쳐다봐요. 한국 개그가 발전하려면 '개콘'도 잘돼야 하지만, '웃찾사','코빠', '코빅'도 잘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임혁필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개그 한류'를 자주 언급했다. 넌버벌 개그팀으로 애든버러 코미디 페스티벌을 통해서 세계로 진출한 '옹알스'가 그 좋은 예라는 것. 임혁필은 "한국을 넘어 세계인들의 배꼽을 쥐고 흔들려면 언어의 장벽을 넘어야 하고 그러려면 콘텐츠가 기반이 된 넌버벌 개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펀타지쇼'의 한 장면에서 임혁필은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마이웨이'(MY WAY)를 립싱크한다. 이를 본 적잖은 관객들은 눈물을 흘린다. "꿈이 밥먹여주냐."고 비웃는 시대에서 임혁필의 인생 자체가 바로 꿈을 향한 도전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임혁필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비토 타케시(64)를 꼽았다. 일본 영화계 거장감독이자 코미디언인 타케시는 개그를 펼치지만 그의 영화는 한없이 진지하다. 꿈을 꾸는 것이야 말로 희극이라는 희극인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아티스트다. 임혁필은 이렇게 말한다. "웃겨주는 사람이되 인생으로는 웃기지 말자." 그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감동이 있는 개그쇼 '임혁필의 펀타지쇼'는 '임혁필 소극장'에서 오는 24일부터 공연에 돌입한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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