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달랐던 두 중학동창의 삶..정일권·문익환, 한날한시에 추도식

2014. 1. 20.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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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현 기자 ]

사진이 흔치 않던 1930년대 평양 숭실중 동창생 네 명이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은 이들은 이후 자신들의 운명이 어떻게 펼쳐질지 예감이나 했을까. 네 사람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한 장면씩을 꿰차고 있는 인물들이다. 시인 윤동주, 월간 사상계 대표였던 장준하 전 의원, 문익환 목사, 정일권 전 국회의장이 그들이다.

일찍 세상을 뜬 윤 시인(1945년 별세), 장 전 의원(1975년 별세)과 달리 20년 전 하루 차이로 눈을 감은 문 목사와 정 전 의장의 추도식이 한날한시에 열렸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헌정기념관에서는 정 전 의장의 추도식이,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는 문 목사의 추모행사가 치러졌다. 여의도에는 강창희 국회의장과 김수한 전 국회의장, 노신영 전 총리, 이철승 헌정회장 등이 모였고, 모란공원에는 아들인 배우 문성근 씨를 비롯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의원, 천호선 정의당 대표 등 야당 국회의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평양 숭실중 동창인 두 사람의 인생 여정은 많이 달랐다. 정 전 의장은 만주군관학교를 거쳐 국군 창군을 주도했고, 이후 두 차례 육군참모총장을 지냈다. 예편 후에도 외무장관 국무총리 국회의장 등을 거치며 개발연대 대표적 정치인으로 살았다. 반면 문 목사는 재야에서 대부분의 인생을 보냈다. 그는 고교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일제의 학도병 징집에 반발해 학업을 포기하고 귀국했다. 이후 목회자의 길을 걷다가 1975년 절친했던 장 전 의원의 변사사건을 계기로 재야운동가의 삶을 살았다.

삶의 무대는 달랐지만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하루 차이로 세상을 떠났다. 정 전 의장은 1994년 1월17일 하와이에서, 문 목사는 1월18일 서울 자택에서 영면했다. 장례식은 1월22일 정 전 의장은 사회장으로, 문 목사는 겨레장으로 치러졌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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