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성CEO 열전] ③ 안양샘병원 황영희 명예원장
"여긴 그냥 병원 아닌 선교병원입니다"
안양샘병원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때 피해를 입은 샘물교회 선교대원들이 치료를 받았던 병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안양샘병원 명예원장과 아프리카 미래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황영희 원장(안양제일교회 권사)을 15일 만나 선교병원 운영과 사랑실천에 대해 들어봤다.
"안양샘병원은 그냥 병원이 아니라 선교병원입니다. 선교란 꼭 돈이 남아야 하는 게 아닙니다. 십일조 떼듯 먼저 떼어놔야 해요. 돈이 남으면 선교한다는 생각을 갖다간 이미 늦어요. 세상의 경영전략과 맞지 않겠지만 나머지는 하나님이 처리해 주신다는 생각으로 기도로 매달려야 합니다."
안양샘병원은 1224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안양지역 1호 종합병원이다. 암 특화 전문병원인 G샘병원, 샘여성병원, 샘한방병원과 함께 효산의료재단에 소속돼 있으며, 선교병원답게 병원에는 원목 4명과 전도사 6명이 환자들을 돌본다. 지난 1년간 예수를 영접한 사람이 428명, 신앙을 회복한 사람이 148명이다. 이 중 104명은 지역교회에 연결됐다.
그가 예수를 믿게 된 것은 부산여고 재학 때다. 평소 절대적 존재를 향해 진리를 추구하던 그는 어느 날 새벽예배를 알리는 종소리에 부산 서부교회로 향했다. 고교 교장이었던 그의 부친은 법관이 되길 원했다. 하지만 "인간을 판단하는 법관보다 슈바이처 같은 의사가 되겠다"며 1960년 부산의대에 진학했고 산부인과를 전공했다.
황 원장은 "자궁 내 2.5㎝의 태아도 심장이 뛴다. 태반이 잘 형성될 때까지 난황이 링거 줄처럼 생긴 줄을 통해 태아에 영양분을 공급한다"면서 "이런 것은 하나님의 창조, 여호와 이레의 섭리가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 사람이 겸손하기만 한다면 하나님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가 안양에서 병원을 차린 것은 1967년의 일이다. 부산의대 동기동창인 남편 이상택 효산의료재단 이사장과 함께 안양읍에서 4명의 직원, 3개 병상으로 시작한 의원은 숱한 고난을 이겨내고 5차례 증축을 했으며, 300배 이상의 외형적 성장을 했다. 비결은 내과와 산부인과에서 강점을 확보하고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 발맞춰 과목과 연구실을 개설한 데 있다.
황 원장은 "하나님은 특별한 고난을 통해 당신이 하는 일을 보게 하신다"면서 "고난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도이며 그 다음은 잠잠하게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탁월한 전략과 지혜를 지닌 솔로몬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하나님이 없었을 때 모든 것이 헛되다고 했다"면서 "밤잠 설치는 피곤한 진료일정 속에서도 아름다운 별을 볼 수 있도록 인도하신 창조주 하나님을 노래하며 예수를 붙들었다"고 말했다.
전인치유, 생명사랑, 의료선교를 핵심가치로 붙드는 안양샘병원의 운영은 아들 이대희 혈액종양 전문의가 돕고 있다. 그의 아들은 서울대 의대 누가회 멤버로 미국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고려대 의대 누가회 출신인 박상은 의료원장을 영입한 것도 아들이다. 그의 아들은 병원교회에서 진행되는 특별새벽기도회 때 기타를 둘러메고 찬양을 인도한다.
황 원장은 2005년 효산장학문화재단을 설립해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불우청소년을 돕고 학술연구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2011년부턴 남부 아프리카 지역의 발전과 의료·보건 분야의 개선을 위해 설립된 아프리카미래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고 배형규 목사님의 시신을 덮었던 담요에 묻은 핏자국을 보며 선교의 진짜 목적이 영혼 사랑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100여 년 전 변변한 병원과 학교, 교회 하나 없던 한국 땅에 와서 피 흘린 선교사들의 헌신을 잊은 채 나와 내 주위의 생존에만 전전긍긍하고 있지는 않은지 철저히 회개했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우리는 선교지에서 선한 사업이라며 일을 해냈다는 성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복음으로 사람을 얼마나 변화시켰느냐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탁월한 통합의료와 전인치유로 생명사랑을 실현하는 글로벌 선교병원'을 표어로 삼은 안양샘병원의 가치는 인터뷰 도중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안내 멘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잠시 후 오후 6시30분부터 군포 G샘병원에서 수요 치유집회가 있습니다. 참석하셔서 많은 은혜 받으시기 바랍니다."
◇황영희 명예원장=△1942년 출생 △66년 부산대 의대 졸 △67년 안양의원 개원 △2005년 효산장학문화재단 이사장 △2007년 안양샘병원 명예원장 △2011년 아프리카미래재단 이사장, 낙태반대운동연합 이사장, 세종나눔봉사대상 수상.
안양=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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