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대통령을 왜 욕하는가

서민|단국대 의대 교수 2014. 1. 1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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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늦으면 "차가 막혀서 늦었다"고 둘러대지만, 다른 사람이 그런 핑계를 대면 "그게 말이 되느냐?"고 타박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특히 좌파들이 그런데, 그들이 모여앉아 대통령 욕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그저 답답해진다.

왜 그들은 대통령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무조건 욕을 할까? 몸을 사려야 할 연초에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우리가 이해해 줘야지 않느냐,는 취지다.

1) 이해의 첫걸음; 증세

지난 8월, 정부는 '2013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봉급생활자의 세금감면 혜택을 줄인 것이 핵심 내용으로, 그대로라면 연봉 4000만~7000만원인 사람들은 그로 인해 연간 16만원을 더 내야 한다.

사람들이 반발하자 놀란 청와대는 원점 재검토로 물러났는데, 희한한 것은 이 개편안에 대해 청와대는 한결같이 "증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세금감면 혜택을 줄이든 뭐든 결과적으로 세금을 더 걷는 건 증세라고 할 수 있지만 청와대는 왜 한결같이 증세가 아니라고 했을까?

여기에 대해 좌파들은 대통령의 꼼수라고 공격했지만, 그분을 이해하는 내가 보기엔 청와대의 말은 진심인 것 같았다. 다만 그분께서 '증세'의 뜻이 뭔지 모를 뿐. 예를 들어 이런 거다.

대통령: 나라에 돈이 없어.

각료: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 줄로 아뢰오.

대통령: 그렇게 하라고. 단, 증세는 안돼!

그렇기에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증세 없는 복지"라는, '네모난 동그라미'를 찜쪄먹을 공약을 내걸 수 있었던 거다. 그 비슷한 말로는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엉덩이를 grab했지만 성추행은 아니다" 등이 있겠다.

2) 이해의 두 번째 걸음: 기초연금

후보자 시절 대통령은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 공약을 보고 나 같은 사람은 "20년만 더 늙었다면!" 하고 탄식하기도 했는데, 이럴 수가. 기초연금을 하위 70%의 노인에게만 준다는 게 아닌가!

국가재정을 생각해서 나온 고뇌의 결단이라는 점은 십분 이해하지만, 어찌됐건 공약을 안 지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한사코 "공약파기가 아니다"라며 우겼다.

좌파들은 그게 무슨 궤변이냐며 벌떼같이 들고 일어났지만, 그건 그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소치였다. 대통령께서 '파기'라는 단어의 뜻을 잘 모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왜 생각하지 않는 걸까? 추측컨대 이런 대화가 오갔을 것이다.

대통령: 노인들한테 20만원씩 준다고 큰소리 쳐놨는데, 나라에 돈이 없소. 어쩌면 좋겠소?

각료: 소득으로 따져서 하위 70%만 줍시다. 상위 30% 노인들까지 줄 필요가 있겠어요?

대통령: 그렇게 되면 내가 공약을 안 지킨 게 되는 건가?

각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대통령: 괜찮아요. 공약파기만 안하면 돼.

모르는 건 죄가 아니며, 그걸 가지고 '궤변'이라고 하는 것이야말로 죄다. 진짜 궤변은 "밥값에는 서비스가 포함돼 있는데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면 밥값을 안 내도 된다" 같은 것이니, 이 정도 말이 아니면 궤변 소리는 하지 말자.

3) 철도 민영화가 민영화가 아닌 이유

지난 연말은 철도 민영화가 이슈였다. 코레일 측은 정부가 민영화를 한다고 파업을 벌였고, 정부는 "민영화 안한다는데 왜 난리냐"며 철도 노동자들을 탄압했다.

오지랖 넓은 좌파들은 여기에도 끼어들어서 "정부는 민영화를 획책하고 있다!"며 거품을 물면서 민영화를 안 한다는 청와대의 말을 거짓으로 몰았다. 하지만 상황이 다음과 같다면, 그래도 청와대를 거짓말쟁이로 몰 수 있을까?

대통령: 코레일에 적자가 너무 많다며? 그게 다 경영을 방만하게 해서 그런 거 아니요.

각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대통령: 재벌이나 외국기업에 코레일을 넘겨주고 지네들보고 경영하게 하면 되잖소. 코레일 팔면 돈도 들어올 테고.

각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대통령: 당장 시행해. 단, 민영화는 안돼!

파업이 장기화됐을 때는 물론이고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그분께서 "민영화를 안 한다는데 왜 믿지를 않느냐?"고 답답해한 것은 쇼가 아니라 진심이었던 거다. 좀 철지난 얘기긴 하지만 '길 떠나는 홍길동'이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홍판서: 왜 집을 떠나려고 하느냐?

홍길동: 서출이라는 이유로 호부호형(呼父呼兄)을 하지 못하거늘, 어찌 더 머무르고 싶겠습니까.

홍판서: 그래? 그럼 이제부터 호부호형을 허락하니 머물도록 하라.

홍길동: 그럴 수는 없사옵니다. 호부호형을 하면 뭐 합니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데.

홍판서: 알았다니까. 나를 아버지라 부르고 네 형을 형이라 부르도록 하라.

홍길동: 그럴 수는 없사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형을 형이라 부르면 뭐 합니까? 호부호형을 못 하는데…흑흑흑…

4) 소통; 정의의 차이

좌파들이 대통령에 대해서 끈질기게 주장하는 것은 '소통을 안 한다'는 것. 실제로 대통령은 기자들과 잘 만나려 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전할 때도 다른 사람, 예를 들어 이정현 홍보수석이나 총리를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원래 국민들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기 마련인데, 말하는 걸 보기가 어려우니 '불통'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이에 대해 홍준표 지사는 "대통령이 달변가가 못돼서" 그렇다면서 "불통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한 가지 핵심적인 얘기를 덧붙였다. "소통은 국민과 하는 것이지 불법과 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도 아마 같은 생각이실 텐데, 대통령과 좌파의 차이는 이 '국민'의 정의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좌파가 생각하는 국민은 우리나라 5000만 인구를 모두 포함하지만, 대통령의 의중에는 민주노총, 전교조, 국정원이 댓글을 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좌파들, 지난 1년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불순분자 등등의 종북세력이 국민의 개념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 종북세력을 제외한다면 대통령은 국민과 아주 성공적으로 소통하는 중이다.

좌파와 대통령 중 누구 주장이 '국민'의 개념에 더 잘 맞을까? 사전적 정의는 우리나라 국적을 가진 모든 이가 국민일 수 있지만, 우리의 적인 북한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종북세력을 국민에 포함시키는 건 상식적으로 문제가 있다.

주변을 둘러보시라. 싸운 뒤 관계가 악화된 사람들과 화기애애하게 지내는 사람이 대체 어디 있는가?

그러니 좌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국민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나 어버이연합, 미디어와치 같은 중립적 기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후 소통부재에 대해 따지시라.

이렇듯 이해하려고 들면 한없이 좋기만 한 우리 대통령을 좌파들은 욕한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우리가 사랑해야지, 과테말라 국민들이 사랑하겠는가? 반성하라, 좌파들아!

< 서민|단국대 의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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