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워, 일베 추악성 드러내는 거울"

정용인 기자 2014. 1. 1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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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워'(일간워스트) 개설한 이준행씨 "배척, 폭력성, 혐오 조장하는 사이트 관용 대상 아니다"

이준행씨를 안 지는 꽤 됐다. 과거 기사를 검색해 보니 얼추 10년이 넘었다. 그는 10대의 독립공간을 표방하는 사이트 '아이두'를 만든 개발자였다. 두발제한 반대운동 등 청소년운동가였다. 대학(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한 뒤 사회에 나왔을 때 그는 여전히 개발자였다.

지난해 이맘때쯤, 그가 만든 개인사이트가 화제를 모았다. '충격고로께'라는 사이트였다. "충격!", "알고보니…." "○○女" 등 언론이 포털에 전송하는 '낚시제목'을 카운팅해 통계를 보여주는 사이트였다. 지난 12월 28일 그가 개설한 일워사이트는 고로께와 같이 개인서버에서 운영되고 있다.

기자가 인터뷰한 1월 8일, 그는 여전히 서버 유지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일워 쪽으로 공격이 계속 들어오는데, 이쪽이 뻗으면 다른 사이트들도 날아가거든요."

'일워'(일간워스트)의 개설자인 이준행씨 / 정용인 기자

-사이트 개설 후 일베 쪽 반응을 살펴봤다. 일간워스트면 'worst'여야 하는데 'war'로 철자가 다르다는 식의 비아냥이 많았다. 개인 블로그에 올린 '사이트 개설기'를 보니 그쪽 도메인도 확보하고 있던데.

"원래 용어를 본래의 의미대로 안 쓰는 건 자칭 보수라는 사람들의 특기가 아닌가. 강바닥 파놓고 그걸 살리기라고 주장하지 않았나. 처음부터 계획하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블로그에 써놨듯이 시작은 농담이었다."

-일워 사이트를 보면 일베를 그만두고 넘어온 사람도 있나.

"꽤 그런 글이 보인다. 더 이상 일베 못해먹겠다는 고백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일단 일베사용자라고 밝혀지면 본격적으로 창피를 주고 망신을 당하는 것이 되어버렸으니 거기에 충격을 먹는 것 같더라. 다각적으로 공격을 했는데도 못이기는 데서 좌절하는 분도 있다. 그동안 놀 데가 없어서 일베 게시판에 들어갔는데 이런 곳이 생겼으니 이쪽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일베 사이트에 대한 문제의식은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나.

"사실 일베에 별 관심 없었다. 뉴스에서 가끔 일베가 거론되는데, 디씨와 비슷한 데인데 기사를 자극적으로 뽑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디씨에 보면 합리적인 사람도 있고 가끔 가다 이상한 사람들이 글을 올렸는데, 그게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지 않나. 언론에서 아무리 일베가 나빠요라고 말해도 믿지 않았다. 그런데 고로케 언론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일베에 어떤 주요 어휘가 사용되는지 통계적으로 돌려봤다. 데이터 추출은 간단한 일이니까. 직접 긁어보니까 한마디로 말해 똥밭이더라. 언론사에서 전화가 와서 '결론은 똥밭'이라고 말했더니 그대로 헤드라인이 나가면서 이슈가 되었다."

-일워 사이트 개설 후 일베 사이트에서는 이준행씨의 신상털이에 나섰던데.

"봤다. 나는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주위 분들이 혹시 '테러당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왜 우리가 그걸 걱정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1940년대에 사는 것도 아니고 매카시 광풍이 일어난 1950년대 미국에 사는 것도 아니다. 올해가 2014년인데, 왜 우리가 그걸 걱정해야 하는 때인가."

-개설된 지 일주일 만에 다양한 일베 비판 드립들이 나오고 있다. 농체라든가 풍작과 같은 새로운 인터넷문화가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그것은 참여한 사용자들의 몫이다. 물론 개발자의 역할도 있다. 온라인에서 소통의 판을 만들 때 어떤 게시물을 위로 올릴 것인가 등의 규칙을 정하는 것은 개발자의 몫이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자정작용에 맡기자고 하기 전에 개발자가 반성할 부분은 없지 않을까. 일베의 민주화버튼이 단적이다. 의도적으로 그 따위로 만든 것의 반은 개발자의 책임이다."

-누리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들 좋아해줘서 저도 고맙다. 개인적으로도 재미있는 경험이다. 일베를 왜 건드리냐, 벌집 쑤시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일베는 하나의 상징이다. 타자에 대한 배척과 약자에 대한 폭력성, 혐오를 조장하는 파시스트다. 그것은 톨레랑스의 대상이 아니다. 수용소 같은 곳에 하나로 모아두고 밖으로 나오지 말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나는 최소한 거기에도 거울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일워는 그런 의미에서 일베의 거울이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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