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지 않는 '일베' 꼬리표.. 연예인 발언 '잣대' 엄격해졌다

이혜인 기자 입력 2014. 1. 8. 20:51 수정 2014. 1. 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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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홍진호·크레용팝·전효성·김형태 등

"극우적인 행동과 말을 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합리적인 생각과 상식이 있을 곳은 어디입니까?"

8일 MBC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 시청자 게시판에는 <아빠 어디가> 시즌 2 새 멤버로 합류하는 가수 김진표에 대한 비난글이 넘쳐났다. 6일부터 3일간 1500여 개가 넘게 올라왔으며 김진표가 장문의 사과글을 올렸음에도 비난의 정도는 약화되지 않는다. 그가 비난의 도마에 오른 것은 2년 전 한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사용했던 용어 '운지' 때문이다. 당시 그는 헬리콥터가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운지를 하고 맙니다"라고 말했다. '운지'는 극우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비하하는 뜻으로 만들어 사용해 온 말이다. 김진표는 "인터넷 신조어인 줄 알고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가 2005년 발표했던 '닥터 노 테라피'가 노 대통령을 비난하는 가사를 담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명의 진정성을 두고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일베에서 만들어진 신조어, 즉 '일베용어'가 인터넷 문화에 퍼지면서 이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연예인들이 대중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일베를 하는 극우성향의 연예인'이라고 인식되면서 특정 프로그램 출연을 반대하는 여론이 강하게 일어난다. 김진표뿐 아니라 전 프로게이머인 홍진호 역시 최근 몇년간 일베 회원 아니냐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2년 전 게임을 하다 진 상황을 두고 '민주화'라고 표현했다. 일베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부정적 의미였다. 당시 홍진호는 "나의 무지에서 나온 잘못"이라고 사과하고 해명했지만 그에 대한 의혹은 지금도 가시지 않고 있다. 아이돌그룹 크레용팝, 시크릿의 전효성, 버스커버스커 김형태 역시 곤욕을 치렀다. 별 뜻 없이 일베 용어를 사용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 행사와 CF가 취소되기도 했다.

신조어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유통되는 인터넷 문화의 특성상 일베용어 역시 유행어로 인지돼 잘못 사용되기 쉽다. 그런데 연예인들이 여기에 얽힐 경우 그 비난의 강도와 파급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씨는 "일베 사이트에 대한 반감이 대중들에게 쌓여오면서 그 반감이 일베 용어를 사용하는 연예인들에게 터져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예 정치적이라고 인식되는 문제에 대해서 사람들은 어렵게 느끼기 때문에 쉽게 의견을 내지 않는데, 예능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면 너도 나도 의견을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극우성향의 정치인에 대해서는 쉽사리 비판 의견을 내지 않더라도 연예인들이 극우성향일 수 있다고 간주되면 강한 목소리로 달려드는 것이다.

문화평론가인 경희대 이택광 교수는 "정치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예능)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시청자들이 연예인에게도 정치인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예능인들의 영향력은 정치인들만큼 커졌다. 정치인들은 과거와 달리 예능 프로그램에 스스럼없이 나온다. 정치와 예능의 구분은 모호해졌다. 이 교수는 "예능에서 일어나는 일이 정치에도 영향을 주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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