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철도노조 수배자 부인 진료기록까지 캤다

2013. 12.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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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건보공단에 수사협조 의뢰 공문

임신 진찰 병원서 검거하려 한듯

공단선 "불법여지" 자료제공 안해

'가족정보 요구' 인권침해 소지

철도파업 진압을 위해 잇따라 무리수를 둬온 경찰이 이번엔 수배 노동자를 잡겠다며 수배자 부인의 산부인과 진료 기록까지 입수하려 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의료정보는 매우 중요한 개인정보로, 수배자가 아닌 이의 진료 기록까지 요구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인다.

김용익 민주당 의원이 27일 공개한 서울지방경찰청의 공문을 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마포지사에 수사협조 의뢰 공문을 보내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간부인 이아무개씨와 이씨 부인 김아무개씨가 지난 3월1일 이후 진료받은 의료기관명, 진료 일시, 의료기관 주소 등 진료 기록 일체를 요구했다. 특히 경찰은 이씨 부인이 임신중이라는 사실을 미리 파악한 뒤 "산부인과 수진 내역 및 일시, 의료급여기관(병원) 등을 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도피중인 이씨가 임신한 부인을 병원 등에서 만날 경우 현장에서 검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수배자 검거를 위한 단서를 찾기 위해 자료를 요청했다. 강력범죄자를 수사할 때도 이런 기법을 활용한다. 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수사"라고 말했다. 경찰은 그 근거로 "수사에 관하여는 공무소 기타 공사단체에 조회하여 필요한 사항의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199조 2항)을 들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불법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부인 김씨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건보공단 급여관리실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건보공단에 설치된 개인정보심의위원회에서 외부 기관에 어디까지 진료 기록 등 개인정보를 제공할지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이씨 본인이 진료받은 병원만 알려줬다. 경찰이 배우자의 정보를 요구할 때는 이유를 소명해야 하는데, 경찰은 소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사자 이씨의 진료 기록 일체는 물론 부인의 산부인과 수진 내역까지 요구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변호사)은 "수사에 필요하면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으나, 수사 대상이 아닌 가족의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수사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비인권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김용익 의원은 "부인이 임신한 사실을 알아내 산부인과 병원를 통해 수배자의 이동 경로를 캐고 체포하려 했다. 파업 참가자가 파렴치범도 아닌데 배우자 정보까지 캐 검거에 나서야 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이 최근 철도노조 일부 지역 간부들이 쓰는 온라인 대화방인 네이버 밴드를 압수수색한 사실도 이날 드러났다.

철도노조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정부가 노조 간부들을 체포하고 탄압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쓰고 있다. 개인의 인권이나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행동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준현 김경욱 박수지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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