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꽃보다' 잇달아 성공시킨 파워작가 이우정..캐릭터의 마술사

하경헌 기자 2013. 12. 23. 21: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상서 공감 끌어내는 능력 뛰어나 예능·드라마 동시 섭렵

"이우정 작가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에요?"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난데없는 질문이다. 그럴 만도 하다. 현재 그의 행보를 봤을 때 과연 그의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그 한계는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매주 금·토요일 방송되는 케이블채널 tvN < 응답하라 1994 > (이하 응사)의 대본을 쓰는 메인 작가. < 응사 > 에 이어 방송되는 여행 버라이어티 < 꽃보다 누나 > (이하 꽃누나)에도 제작진으로 이름을 올린다. 심지어 < 꽃누나 > 화면에도 크로아티아, 터키 등 여행지에 함께 가 있는 제작진 무리에 그의 모습이 등장한다. 두 작품의 대본을 쓰고 현지에 가서 출연도 하는 셈이다. 보통의 작가들은 한 작품에만 수개월간 매달리며 집필 외에 일절 다른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드라마와 예능이라는 두 가지의 다른 프로그램 대본을 집필하고 출연까지 하는 그를 두고 '철의 여인' '슈퍼우먼'이라는 놀라움과 함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 작가는 KBS < 1박2일 > 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지난해 방송됐던 드라마 < 응답하라 1997 > 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고 올들어 < 응사 > < 꽃보다 할배 > < 꽃누나 > 로 스타 작가로서의 지위를 굳혔다. 게다가 여느 스타 작가와 달리 예능과 드라마라는 두 장르를 동시에 섭렵하는 전인미답의 신화를 썼다. 어떻게 이 같은 일이 가능했을까.

우선 그는 미국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공동집필 체제를 구축했다. 5년간 함께 < 1박2일 > 을 썼던 김대주, 김란주, 이선혜 작가 등을 < 응사 > 작가진으로 영입해 이들과 호흡하며 대본을 집필했다. 또 다른 요인은 역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PD들과의 '찰떡 공조'가 꼽힌다. 이 작가는 KBS에서 수년간 < 1박2일 > < 남자의 자격 > 등을 집필하며 나영석 PD, 신원호 PD와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 < 1박2일 > 에 이어 '꽃보다…' 시리즈를 만들고 있는 CJ E & M 나영석 PD는 "나와 이우정 작가, 신원호 PD는 10년 가까이 서로 보아왔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의중을 알아챌 수 있다"고 말했다. < 응사 > 대본을 절반 정도 써 놓고 < 꽃누나 > 크로아티아 촬영을 다녀왔다가 다시 < 응사 > 대본에 합류하는 비현실적인 스케줄도 이 같은 이해와 도움 덕분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KBS < 1박2일 >

경남 진주 출신인 그는 94학번(숙명여대 무역학과)이다. 광고 카피라이터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으나 MBC 아카데미에서 작가 교육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0년 MBC 파일럿(시범) 프로그램 < 백만송이 장미 > 와 < 21세기 위원회 > 를 쓴 그는 KBS에서 < 산장미팅-장미의 전쟁 > 을 만들었다. 그는 < 산장미팅 > 을 통해 중요한 두 명의 인연을 만난다. 이명한 PD와 나영석 PD다. 두 사람과 함께 KBS2 < 1박2일 > 을 '국민 예능'의 반열에 올려놓은 뒤 지난해 이들과 함께 CJ E & M으로 적을 옮겼다.

이 작가의 장점으로는 뛰어난 관찰력, 이를 캐릭터로 승화하는 능력이 꼽힌다. 소소한 일상에서 공감가는 내용을 끌어내는 능력이 빼어나다는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씨는 " < 꽃보다 할배 > 대만편 막바지에서 일부 출연자들이 귀국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웃겨야 한다'는 예능의 원칙에 어긋나는 장면이지만 이를 훈훈하고 감동적인 내용으로 윤색해냈다"며 "예능에서 갈고닦은 캐릭터 추출 능력을 극대화한 것이 바로 '응답하라' 시리즈"라고 분석했다.

그와 동료작가의 손을 통해 탄생한 캐릭터는 < 1박2일 > 의 '허당 승기'(이승기), '은초딩'(은지원), < 꽃보다 할배 > 의 '직진 순재'(이순재), '구야형'(신구), < 꽃누나 > '호기심 잡식소녀'(김희애) 등 셀 수 없다. 출연자가 살짝 내보이는 부분도 놓치지 않고 수집했다가 결정적인 장면마다 늘어놓으며 이미지를 굳히는 것이 특기다.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다. < 응사 > 에서는 실제 그가 다녔던 숙명여대 무역학과를 주인공들 소개팅 상대로 넣는가 하면, 자신의 고향 진주의 사투리를 이용해 실제 사투리를 쓰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을 구상해냈다.

tvN < 응답하라 1994 >

'응답하라' 시리즈의 화려한 카메오들을 비롯해 < 1박2일 > 에 출연했던 특별 게스트 등 만만찮은 캐스팅을 성공시킨 바탕은 그의 인간적인 매력이다. 그와 < 1박2일 > 을 함께했던 KBS2 < 우리동네 예체능 > 최재영 작가는 "누구보다 낮고 깊게 일하는 작가"라고 말했다. 그는 " < 1박2일 > 시절 작가실 출퇴근을 할 때 항상 가장 나중까지 남아있던 작가였다"면서 "그 정도 명성을 얻으면 자연히 현장에서 몸을 뺄 수도 있는데 언제나 스스로 무릎을 꿇고 현장을 지켜보는, 정말 열심히 하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이미 짜놓은 상황을 놓고 쓰는 대본이 아닌, 예측불허의 변화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새로운 형태의 예능을 쓰는 작가"라고 평했다.

<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