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시장, 미얀마 꼬따옹·양곤을 가다]'K팝·한류' 선망의 대상이지만, 원정 성매매 하는 나라 한국

양곤 2013. 12. 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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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국을 향한 그들의 시선 두 개.. 대안은

지난달 23일 오후 미얀마 양곤 보족아웅산시장(보족시장) 앞. 여느 미얀마 전통시장처럼 비좁은 시장길 양 옆으로 1~2㎡ 정도 크기의 작은 점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과의 충돌을 피하며 시장을 걷던 순간 한 가판대에 진열된 DVD에 시선을 빼앗겼다. '상속자들 8회'라는 한글 글씨가 뚜렷했다. 상속자는 한국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다. '어떻게 벌써 이곳에 이 드라마가 들어왔을까' '불법복제는 아닐까'…. 여러 생각이 오갔다. 월드비전 관계자들과 가판대로 다가서자 상인은 DVD를 흔들며 "꼬레아(코리아)?"라고 소리질렀다. 미얀마 전통 치마, '론지'를 파는 점포에 들어서자 상인들은 "꼬레아?" "꼬레아 무비스타. 드라마"라며 환심을 사려 애를 썼다.

시장을 나와 호텔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에 올랐다. 순간 한국 가수 '싸이'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운전기사는 짧은 영어로 "부인이 한국 드라마를 열심히 본다. 나는 삼성전자 제품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 미얀마 양곤, 한국 드라마·전자제품 인기… '부자나라' 동경중국·일본인과 함께 동남아 아동 성매매 관광의 주고객

2012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미얀마 월드비전 관계자들과 함께 한 점심 식사자리에서도 한국 드라마는 화두였다. 미얀마 월드비전의 한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에는 가족들 간의 다툼 얘기가 많다"며 '사랑해' '고마워' '보고싶어' 등의 한국말을 쏟아냈다. 또 저녁 식사를 위해 찾은 양곤 시내의 한 치킨 전문점에 들어서자 종업원들은 "안녕하세요"라며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미얀마, 태국 등 아시아인에게 한국은 부러움으로 바라보는 '부자나라'이다. 'K팝' '한류드라마' 외에도 삼성·LG 휴대전화 등 한국산 전자제품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미얀마에 입국, 공항에 들어가 비자를 받을 때 처음 눈에 띈 것도 벽면에 부착된 삼성전자 광고였다. 공항을 나서 고속도로를 탔을 때 가장 먼저 맞이한 것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전화 광고였다. 곳곳에서 한국산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단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강력한 문화상품을 갖춘 한국은 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곳에서 또 다른 '얼굴'로 비쳐진다.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원정 성매매를 하는 나라다. 지난달 19일 태국 방콕 여성 및 아동인신매매수사국(BATWC)에서 만난 BATWC 총괄매니저 퓨리차는 "한국인에게 태국 여성 등이 인신매매된 사례는 2012년 4건, 2013년 1건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여성들은 한국에 가 태국 마사지사로 일하게 될 거라고 소개받았지만 실제로는 감금돼 성매매를 강요당했다"며 "일부는 낮에는 마사지를 하고, 밤에는 성매매를 하는 24시간 업소에 갇혀 지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퓨리차는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한국 정부에 태국 마사지 업소에 대한 관심을 더 가져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태국과 한국 알선업자들이 연계돼 있고 국경을 넘나들어 범인들을 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태국 월드비전 인신매매방지활동(ETIP) 담당자 타이차이는 "한국 남성들이 태국에 와서 성매매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월드비전 동아시아지역사무소 윤환 총괄매니저도 "한국은 중국, 일본과 더불어 태국, 베트남 등 메콩강 인근 국가의 주요 성매매 고객으로 분류된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의 2012년 인신매매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아동 성매매 관광을 일삼는 전 세계 27개 국가군에 포함된다. 유엔마약및범죄국(UNODC)의 2011년 프로젝트 차일드후드보고서도 한국인 남성을 동남아 지역의 아동 성매매 주요 고객으로 분류하고 있다. 아동 성 착취에 반대하는 국제시민단체인 엑팟(EC-PAT)의 2011년 국가보고서에도 한국 남성은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의 아동 성매매 관광의 주 고객이다.

< 양곤(미얀마) |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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