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명령은 국정교과서로 돌아가자는 것.. 잘못 가고 있는 역사 방향에 책임감 느껴"
교육부로부터 수정명령을 받은 고교 한국사 교과서 7곳 중 교학사를 뺀 6종 교과서의 출판사들은 3일 집필자들과 합의 없이 교육부가 요구한 수정보완대조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응 시 검정취소나 발행을 중지하겠다고 한 교육부에 출판사들이 고개를 숙인 것이다.
그러나 6종 교과서 집필자들은 4일 교육부 수정명령에 대한 취소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할 예정이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협의회의 주진오 대표(상명대 교수)는 3일 "수정명령은 사실상 국정교과서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역사학자 스스로 잘못 가고 있는 역사의 방향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데 집필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협의회 주진오 대표가 3일 자신의 상명대 교수 연구실에서 "교육부의 교과서 수정명령은 국정교과서로 돌아가는 행태"라며 취소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 정지윤 기자 |
-수정명령 문제가 법정으로 간다.
"굳이 법적 다툼까지 가야 하느냐고 많이 고민을 했다. 그러나 정부가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대해 내용상 '틀린 것'이 아닌,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것'까지 입맛에 맞게 고치라고 강요한다면 국정교과서나 다름없다.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디까지가 교육부 장관에 허용된 수정권한인지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교과서는 끊임없이 외압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법리적 쟁점은 뭔가.
"장관의 재량권 문제와 절차상 문제점이다. 교육부는 '교과용 도서 심의에 관한 대통령령'에 근거해 수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검정 합격 교과서에 오류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임의로 넣어라 빼라 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고 본다. 또 전문성을 확인할 수 없는 수정심의회를 만들어 2주 만에 검정취소까지 할 수 있는 수정명령을 내린 것도 절차상으로 정당하지 않다."
-교육부는 수정명령 절차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2008년 수정명령을 받은 금성출판사 교과서 집필진이 제기해 승소한 대법원 판결문엔 '수정명령 내용이 표현상 잘못이나 객관적 오류를 바로잡는 정도를 넘어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결과를 가져올 때는 검정절차상 교과용도서심의회 심의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 교육부가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하는 수정심의회는 근거도 확실치 않고, 언론에서 지적하듯 학계 통설과 다른 내용을 명령해 전문성도 의심받고 있다."
-교육부와 저자들의 갈등은 커져가고 있다.
"저자들은 대폭적인 자체 수정안을 제출했고, 교육부 권고내용 중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도 역사학계가 참여하는 토의과정에서 의견이 모아지면 고치겠다고 했다. 혼란을 막기 위해 최대한 협조한 셈이다. 교육당국이 부실검정으로 혼란을 초래하고, 사과 한마디 없이 책임을 집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어 집필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출판사들은 저자들 동의를 받지 않고 수정명령을 따랐다.
"일단 이번엔 소송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과연 이것이 적법한 절차인지 추후 법률적 검토를 의뢰할 생각이다."
<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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