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남녀 예외 없다..군대 성폭력 '불편한 진실'

입력 2013. 11. 30. 19:47 수정 2013. 12. 2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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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군 숫자가 8500명에 이를 정도로 군대 환경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제복을 입은 여성들이 성추행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여군 대위가 자살해 충격을 줬는데요, 한윤지, 박상욱 기자가 군대 성폭력 문제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24일, 육군본부 국감장에 공개된 문자 메시지 하나가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손인춘/새누리당 의원 : 자살한 여군 대위의 유가족 한 분이 제게 보낸 문자입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손인춘/새누리당 의원 : 10개월 동안 언어폭력 성추행, 하룻밤만 자면 모든 게 해결되는데 하며 매일 야간 근무시키고….]

지난달 16일 자신의 승용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오 대위 사건입니다.

결혼을 앞둔 28살의 여군. 위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대신해 두 동생을 끔찍이 챙겼던 오 대위가 삶을 던진 이유가 뭘까.

오 대위가 숨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강원도 화천의 부대 주변은 여전히 뒤숭숭합니다.

[부대 인근 상인 : 그렇죠 자제를 시키니까. 나가서 혹시 겹겹으로 사고가 날까봐.]

취재에도 강한 경계심을 보였습니다.

[(안녕하세요? JTBC에서 나왔는데요) 죄송하지만 언론사 어떤 접촉 같은 거 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입을 굳게 다문 상황.

취재진은 유가족을 설득한 끝에 증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 대위가 아버지에게 엄청난 얘기를 털어놓은 건 숨지기 한 달 전.

[오 대위 아버지 : 노래방에 가서 더듬는 거 남들 보는 데 허리띠 풀어준다 더듬으면서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말을 못하겠다 이거라.]

직속 상관인 노 모 소령이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 왔다는 겁니다.

하염없이 우는 딸에게 아버지는 도움을 주려 했지만 딸은 그저 참아보겠다는 말로 대신했습니다.

오 대위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마음을 다잡기도 했습니다.

[어느 정도 감정마비가 와서 이제는 그 어떤 모진 말을 들어도 괜찮아 졌다. 내 자신을 잃지 않도록 정신차려야지.]

그러나 이 글을 쓴 지 일 주일만에 오 대위는 삶의 끈을 놓았습니다.

유가족들은 노 소령이 폭언 등 가혹행위로 딸을 괴롭혀 왔지만, 결국 죽음으로 몬 건 성폭력이라고 주장합니다.

[오 대위 고모 : 1월에 회식할 때 그 사람이 회식자리에서 oooo에 손을 딱 넣더래요.]

[오 대위 아버지 : 갸(오대위)가 성폭력에 시달리다 죽었지.]

오 대위의 고등학교 친구도 비슷한 증언을 합니다.

[오 대위 친구 : 옆 방에 문이 있고 들어가면 안 보이잖아요. 뒤에서 안고 뒤에서 비비고….]

군 검찰은 노 소령에 대해 직권남용과 가혹행위 그리고 강제 추행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 소령은 야근 등 가혹 행위는 일부 인정했지만, 성폭력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오 대위가 아내와도 친했기 때문에 성추행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안타까운 죽음입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한 한윤지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그런데 상관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네요?

[기자]

네, 자주 야근을 시키는 등 업무적으로 힘들게 하긴 했지만, 성추행 혐의는 부인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10일 첫 재판이 열리는데요, 재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군대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생각보다 많다고 들었습니다.

[기자]

네,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가 현직 여군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느냐라고 물었는데 약 11%가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군 인재를 양성하는 사관학교에서도 성폭력이 종종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세한 내용, 화면으로 함께 보시죠.

+++

해군사관학교 출신의 김 모 씨, 전역 한 지 5년이 지났지만 김 씨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김 모 씨/해군사관학교 졸업생 : 차 안에서 강제로 키스를 하고 몸을 만지고 아직도 이런게 너무 생생한 거죠.]

생도 시절 20살 가까이 차이 나는 중령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겁니다.

교수에게 어렵게 이 사실을 털어놓고 해당 상관으로부터 진술서까지 받았지만 그 이후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김 모 씨/해군사관학교 졸업생 : 네가 이 진술서를 내 앞에서 찢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결국 없던 일로 넘겨야 했습니다.

[김 모 씨/해군사관학교 졸업생 : 내가 얘기를 하게 되면 가해자도 낙인 찍히지만 나도 이 직업을 가지고 있는 한은 피해자라는 낙인이 평생 찍힐것이기 때문에….]

지난 8월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여름방학을 예정보다 일찍 마치고 속속 복귀합니다.

[(방학 마치고 돌아오는 기분이 어떠세요?) …. 학교 허락 없이 이런 것(인터뷰)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무거운 표정의 생도들, 바로 교정 안에서 벌어진 2학년 여생도에 대한 성폭행 사건으로 육사 전체가 충격에 빠진 겁니다.

공군 사관학교도 성추행 사건에서 예외가 아니라고 합니다.

[공군사관학교 졸업생 : (성 군기 사건이) 많죠. 많습니다. 여생도 입학하면서부터 거의 매해 한두 건은 있어요.]

엘리트 장교를 양성한다는 사관학교에서부터 여군들은 성 폭력 위험에 노출된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현직 여군을 상대로 설문 조사할 결과, 11%가 직접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38%는 별 대응을 할 수 없었습니다.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습니다.

[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 : 가해자가 유부남일 경우 피해 여군을 가정 파괴범으로 모는 경우들도 사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여군들이 선택한 탈출구는 죽음이 된 셈입니다.

[오 대위 고모부 : (딸의 메모에) 죽더라도 내 명예를 반드시 회복시켜달라는 내용이 있었어요.]

그런데 군대 내 성폭력 피해는 여군들만 호소하는 게 아닙니다.

남자 군인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발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

[앵커]

남자 군인도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들려오네요?

[기자]

심각한 후유증을 호소하는 남자 군인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환청이 들린다든지 짧은 머리의 사람을 보면 극도로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성폭력 혐의 입증이 쉽지 않죠?

[기자]

네, 맞습니다. 외부와 차단된 병영에서 이뤄지는데다 주로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도 엇갈리곤 합니다.

자세한 내용 화면으로 보시겠습니다.

+++

지난 1일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한 장교가 법정에 출석합니다.

자신의 운전병인 이 모 상병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오 대령.

하지만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서 첫 파기 환송심이 열렸습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 상병은 억울해 합니다.

[이 모 상병 : 정말 저는 분명히 당했어요. 이거를 피해자가 입증을 해야 해요. 가해자는 무조건 모르쇠로 하면 된다는 게… 참 간단하구나.]

하지만 대법원은 이 상병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장교의 성 추행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군대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남성을 만났습니다.

[김 모 씨/군대 성추행 피해자 : 선임이 느낌이 이상해서 깼더니 만지고 있는 거예요. 수치심이 들었는데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계급이 워낙 차이가 나니까.]

기자는 성폭력 때문에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린다는 사병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을 보자마자 눈시울을 붉히는 여성.

조심스럽게 아들의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21살인 아들이 정신병원에 있다고 했습니다.

[김 모 씨/피해 군인 어머니 : (의사가) 애가 외상 스트레스 장애인 것 같다. 부모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 상태가 안 좋고 위험한 상황입니다.]

아들은 입대 3개월 뒤부터 2명의 선임병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모 씨/피해 군인 어머니 : 폭행에 왕따에 성추행에… 젖꼭지를 깨물고 애를 비행기 태워보낸다고 하면서 성기를 발로 차고.]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 걸려온 전화, 병원에 있는 아들입니다.

[이 모 씨/피해 군인 : 매일 저녁마다 약을 안 먹으면 악몽을 꾸고 문앞에 살인자가 있는 느낌이 든다 엄마 나… 너무 무섭다.]

[김 모 씨/피해 군인 어머니 : 그만 하자. 엄마 힘들어서 못 듣겠다. (그리고 엄마, 나 죽고 싶고…)]

그러나 아들의 호소는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 모 씨/피해 군인 어머니 : 오히려 금품 갈취를 당하고 성희롱을 당하고 성추행당한 부분도 너 같이 즐긴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인생의 소중한 시기를 병영에서 보내는 젊은이들.

군은 이들의 호소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오 대위 아버지 : 두 번 다시는 대한민국 여군들이 이런 일들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김 모 씨/피해 군인 어머니 : 불편한 진실 앞에 뭘 기대하겠습니까? 참담하고 안타까운 이 현실이 우리가 아니었으면… 수없이 되뇌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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