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막으려 여친 사진찍은 경찰..인권위 "인권침해"
자살시도자 "날 조롱"…경찰 "사진 보여줘 삶의 의지 찾아주려 한 것"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서울 강북경찰서 소속 A 경위는 작년 9월 1일 남자친구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한 여성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마약 전과자이자 조직폭력배인 B씨.
A 경위가 B씨의 오피스텔에 도착했지만 이미 병원으로 옮겨진 뒤였다.
A 경위는 "방 안에 다른 상황이 없는지 확인을 해달라"는 오피스텔 관리인의 부탁에 관리인의 안내를 받아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
A 경위는 때마침 B씨와 다른 폭력조직 간 세력 다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터라 이번 기회에 관련 증거도 수집하기로 마음먹었다.
집 안을 살피던 그는 벽에 걸려 있던 B씨 여자친구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됐다.
순간 A 경위는 'B씨에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이런 여자친구가 곁에 있다는 사실을 환기해주면 B씨가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A 경위는 휴대전화를 꺼내 B씨 여자친구의 사진을 찍은 뒤 B씨가 실려간 병원 응급실로 찾아가 사진을 보여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B씨는 A 경위의 이런 행동에 불쾌감을 느꼈다.
결국 B씨는 "경찰관이 집에 무단으로 들어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너의 여자친구 맞지? 내가 집에 들어가서 봤다'면서 조롱했다"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인권위는 27일 A 경위가 주거·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 강북경찰서장에게 A 경위에게 주의 조치와 함께 적법한 압수수색 절차와 관련한 직무교육을 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해당 경찰관은 자살을 막으려 현장에 간 것이지 범죄수사를 위해 출동한 게 아니다"라며 "자살시도가 미수에 그친 이상 영장 없이 오피스텔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집주인의 여자친구 사진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사건과 무관한 사적인 영역을 침범했다"며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경찰관은 인명·신체·재산에 대한 위해가 절박한 경우 타인의 건물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한 직무집행법에 근거해 오피스텔에 들어간 것"이라며 "사진을 보여주고 예쁘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살시도자를 회유하려 한 것이지 다른 뜻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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