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출산 3개월 내 '아빠 1개월 유급휴가'도 헛공약

박철응 기자 2013. 11. 2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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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아빠의 달' 예산 없다"관련 법 개정 등 약속도 안 지켜재계 반대에 '권고 사항'될 듯

자녀 출산 후 3개월 내에 남성에게 30일간 유급휴가를 주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아빠의 달' 공약이 신기루가 돼가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24일 "내년에는 '아빠의 달'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으며 법 개정 외에 가이드라인 형태로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노동연구원이 하고 있는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틀을 짜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원칙론적인 차원에서 육아휴직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며 '아빠의 달' 도입 방안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3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상반기 중 '아빠의 달' 도입 방안을 논의해 하반기에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던 약속은 물거품이 된 것이다.

출발부터 부실했다. 지난해 박 대통령은 고용보험기금으로 '아빠의 달' 휴직 중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으나 현실성이 극히 떨어진다. 실업급여 적립금이 2007년 5조4328억원에서 지난해 1조7222억원으로 줄어들 정도로 기금 고갈이 우려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추산한 '아빠의 달' 재정 소요는 5년간 1조9813억원에 이른다. 고용보험기금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노동부는 이 때문에 예산으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표류하게 됐다. 아예 제도 자체를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노동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남성의 육아휴직을 한 달이나 의무화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면서 "의무화하지 않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하면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가 '아빠의 달' 도입을 완강히 반대하는 상태에서 권고 수준으로 전락할 경우 사실상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기업 자율에 맡긴다면 한 달씩 남성의 출산휴가를 줄 곳은 극히 드물 것"이라며 "정부가 휴직 중 급여의 전액을 지급할지 여부도 불투명해져서 공약대로 이행되기는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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