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하나 캠페인] <4> 성인형 스틸병 앓는 이주원씨

속초 2013. 11. 24.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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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후 희귀 류마티스 발병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통증어머니 월급 고작 90만원인데 주사제 치료비는 250만원 건보 혜택 못 받아 월세 신세아파도 IT 취업 목표 '열공' "빨리 나아서 가족여행" 의지

강원 속초시 교동의 한 다세대주택. 이주원(25ㆍ가명)씨가 거실 벽에 기댄 채 자신의 배에 직접 주사바늘을 찔러 넣고 있다. 이씨는 이름도 낯선 성인형 스틸병(Still's disease)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정확한 발병 통계조차 없는 희귀 류마티스 질환이다.

이씨는 "매일 이 주사를 맞지 않으면 살이 찢어지고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통증을 견딜 수 없다. 이제 웬만한 간호사만큼 주사를 잘 놓는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씨가 몸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속초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주차요원으로 일하던 중 갑자기 고열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감기몸살 정도로 생각했으나 어느 날에는 걷지도 못할 정도로 발등이 붓고 피부가 심하게 벗겨졌다.

진통제와 소염제로 버티다 한달 후 서울의 대학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성인형 스틸병이 상당 부분 진행된 뒤였다. 군에서 제대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무섭게 다가온 가혹한 현실에 그는 말을 잃었다.

이씨의 몸 곳곳에는 큰 수술을 하기 위해 메스를 댄 것과 같은 긴 상처가 있다. 39도를 넘나드는 고열에 살갗이 터지고 아물기를 반복하면서 생긴 흉터들이다.

그는 밤이 되면 더 심해지는 고통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다. 어떤 날은 몸조차 가누지 못해 하루 종일 작은 방에 누워 있어야 한다. 피부가 벗겨지면서 진물과 고름이 배어 나와 흰옷은 아예 입지 못한다.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이 병의 고통을 모릅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 적도 여러 번이었으니까요."

최근 의료진이 치료법을 찾았으나 어려운 가정 형편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씨가 매일 맞아야 하는 주사제(인터루킨-1 억제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한달 치료비가 250만원에 달한다. 앞으로 18개월이나 더 주사를 맞아야 한다니 이씨와 어머니 최애자(54)씨는 막막하기만 하다.

속초시내 양계장에서 일하는 최씨의 수입은 월 90만원 정도다. 그러나 아들을 돌보느라 조퇴가 잦아 이마저도 다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여기저기서 대출 받은 상태라 더 이상 돈을 변통할 여력도 없다. 아픔을 함께 나눌 남편도, 도움을 줄 만한 일가친척도 없다. 더구나 아들의 치료를 위해 전재산인 전세 보증금을 이미 다 써버려 최근 모자는 월세 30만원짜리 집으로 이사를 왔다.

이제 막 아들의 몸 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치료비를 구하지 못한 어머니는 능력 없는 자신을 자책할 뿐이다. 최씨는 "아들에게 물려준 것이 고작 가난과 병마의 고통뿐"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은 자신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홀어머니를 보며 울고, 어머니는 참을 수 없는 통증에 힘겨워하는 아들이 가여워 눈물로 밤을 지샌다.

이씨는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언젠가 꼭 병마와 싸워 이기리라 믿는다. 얼마 전부터는 정보기술(IT) 직종에 취업하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속초시와 지역 사회복지단체에서 이씨의 취업에 도움을 주기로 약속했다.

그는 몸 상태가 좋아지면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어머니와 해외 선교사를 준비중인 누나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손을 꼭 잡고 올레길을 걷고 싶단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지금까지 가슴에 담아둔 말을 하고 싶다. "그동안 고생만 한 우리 엄마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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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글ㆍ사진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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