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성추행범' 누명쓴 중학교 교사 무죄

천정인 입력 2013. 11. 17. 06:02 수정 2013. 11. 1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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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천정인 기자 = 제자를 성추행한 것으로 몰려 재판에 넘겨졌던 중학교 교사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 관악구 소재 중학교에 다니는 오모(50)씨는 지난해 11월 학교 계단을 올라가면서 앞길을 일렬로 걸어가던 이모(13)양과 그 친구들을 앞질러 걸어갔다.

이양은 오씨가 지나가며 자신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만졌다고 생각하고 그를 수사기관에 고소하면서 "친구들도 이를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씨가 자신을 추행하기 전부터 상습적으로 다른 학생들의 브래지어 끈 부분을 쓰다듬거나 허벅지 부위를 만지는 등 여러 명의 학생들을 추행했다고 주장하며 이 부분도 함께 고소했다.

이양의 친구들 역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으며 "오씨의 성추행 행위를 직접 봤다"고 진술, 오씨는 꼼짝없이 성추행범으로 몰려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천대엽)는 "이양과 친구들 사이의 대화 과정에서 오씨의 범죄사실이 확대·재생산됐다"며 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목격자로 지목된 이양의 친구들이 "이양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진술한 것일 뿐 추행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다"며 수사기관 진술 내용을 뒤집은 점에 주목했다.

이양의 뒤쪽에서 상황을 모두 목격한 친구 역시 "오씨가 이양을 지나가는 것을 봤지만, 그의 손이 허벅지에 닿았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이양에게 '오씨가 허벅지를 만져 치마가 올라갔다'는 얘기를 듣고 그런 줄 알고 있을 뿐이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재판부는 점심시간이 끝난 직후 학교 식당 부근 계단에서 발생한 상황이라는 점과 오씨의 평판 등을 종합해 "이양을 앞질러 가는 과정에서 추행 의도가 없는 신체적 접촉의 가능성이 있었을 뿐이라는 오씨의 주장이 사리에 맞는 설명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며 "나아가 이양의 진술에 착오 또는 과정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양을 추행하기 전부터 다른 학생들을 추행해 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처음엔 문제 되지 않다가 고소장이 작성되는 과정에서 문제 삼았고, 여기에 동조한 친구들 역시 법정에서 '이양에게 전해 들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선뜻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했다.

1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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