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전 전태일이 삼성을 알았다면.."
[오마이뉴스 최지용 기자]
전태일 열사 동상이 삼성의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달 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고 최종범씨도 입던 옷이다. 청계천방직 공장에일하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외쳤던 그가, '글로벌 삼성'이라는 한국 최대 재벌 기업의 노동자가 되는 순간이다.
13일 오전 전태일 열사의 43주기 추모식이 모란공원에 열렸다. 이날 추모식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비롯해 각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어서 같을 날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는 전태일 열사 추모식을 겸한 최종범씨의 추모 촛불 문화제가 개최됐다.
최씨는 지난달 31일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는 최근 열악한 서비스 기사들의 처우와 위장도급, 불법파견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일으켰다.( 특별기획 '삼성전자A/S의 눈물' 보러가기) 지난 7월 노동조합이 건설됐고 삼성이 서비스 기사들의 실제 사용자임을 밝히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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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저녁 삼성 본관 앞에서 열린 최종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추모식 |
ⓒ 최지용 |
지난 9월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의혹과 관련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불법은 아니"라는 모호한 감독 결과를 내놓으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그 사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에 대한 사측의 압력이 계속됐고, 노동자들은 일거리를 뺏기거나 집중 감사를 받는 등 고통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저녁 삼성 본관 앞에서 진행된 추모제에는 금속노조 조합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전태일 열사가 떠난 지 43년이 지나도록 노동자들의 삶은 하나 나아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전태일 열사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동자였다면 분노의 눈물을 뚝뚝 흘렸을 것"이라며 "우리가 모두 전태일이 돼서 삼성의 불법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는 "노동부가 불법이 명백한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을 눈감아줬다, 오늘 노동부의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가 잘 못됐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온 것처럼 언젠가 삼성의 불법도 명백히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도로 1개 차선에서 진행된 이날 집회에서 폴리스라인을 놓고 경찰과 참가자들 사이에 실랑이가 있었다. 참가자들은 차선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의사를 밝혔으나 경찰이 집회 장면을 가릴 수 있는 바리케이드 형 폴리스라인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폴리스 라인 바깥으로 집회 현수막을 설치했고, 경찰은 이를 빌미로 수차례 경고 방송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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