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줌 자주 싸니까 물 마시지 마" 서울여대 경비·청소노동자 '인권은 없다'

2013. 11. 1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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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물 마신다고 폭언…거울 본다고 면박

하루 쉬려면 용역업체에 10만원 내야

관리자가 청소·경비 노동자 '인권 유린'

노조 결성하려 하자 별도 노조 설립도

서울여대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는 양아무개(59)씨는 지난여름 근무 중 목이 말라 경비실에서 물을 얻어 마셨다가 말 못할 폭언을 들었다. 양씨가 속한 청소·경비 용역업체 ㅅ사의 김아무개(55) 소장은 "늙어 처먹어서, 나 목 잘리게 할 일 있냐. 당신 같은 사람 아니라도 일할 사람은 줄을 섰다"고 고함을 질렀다. 이후로 양씨는 수돗물만 마신다.

다른 여성 직원들도 "오줌을 자주 싸니까 물 마시지 마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항의를 하면 "며느리가 남편을 따라야지, 친정에서 하던 대로 하자면 되겠느냐"라는 면박이 돌아왔다. 청소 일을 하는 이아무개(53·여)씨는 "지난달 소장이 한 건물의 입간판을 닦고 있기에 왜 직접 하느냐고 물었더니 '× 큰 놈이 × 흔들 듯 청소한다'고 답하더라. 수치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난봄 단체 산행에서는 김 소장이 다리를 저는 60대 여성 직원의 흉내를 내며 조롱하기도 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직원 이아무개(52·여)씨는 "눈을 뜨고 못 볼 만큼 비참한 광경이었다. 소장이 사원들의 신체적 약점을 그렇게 놀려도 되나"라며 혀를 찼다.

서울여대의 경비·청소 하청업체인 ㅅ사 소속 계약직 노동자들은 관리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폭언과 욕설, 성폭력적 발언, 해고 협박 등을 받아왔다고 말한다. 심지어 동료를 고자질하면 특근 배치 등의 보상을 주는 등 비인간적인 노무관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통한 감시도 이뤄졌다. 김 소장은 지난 9월 직원 조회에서 "엘리베이터에서 거울 보고 머리 만지는 것을 다 보고 있다. 청소하는데 그게 왜 필요하냐"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법'도 노동자들의 방패막이가 되지 못했다. 특히 경비직에게는 단 하루의 휴일도 허락되지 않았고, 하루를 쉬려면 10만원을 업체에 내야 했다.

경비조 반장으로 근무하는 이아무개(56)씨는 노동자들로부터 회식비를 갹출하게 한 뒤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경기도 남양주 소재 식당에서 정기적으로 회식을 열었고, 불참자에겐 "재계약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협박까지 했다.

업체에선 매년 3월 이뤄지는 재계약을 무기로 노동자들을 찍어 눌렀다. 재계약 전날 근무복을 걷어 각각 검은색 비닐봉투에 넣어두고, 다음날 출근해 자신의 봉투가 없으면 해고였다. 경비 일을 하는 윤아무개(55)씨는 "3월 잠을 못 자고 새벽 4시에 나왔다. 다행히 나는 살았지만 3명의 봉투가 없었다. 참담했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노동자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노무법인 '삶'의 최승현 노무사는 "돈을 내야 휴일을 준다는 건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직종에 따라 월 116만~134만원을 받는다.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결성 움직임을 보이자 허아무개(64·여) 전 부소장이 가입 원서를 들고 다니며 조합원 60여명을 모아 한국노총 산하 노동조합의 지부장이 됐다. 20여명이 참여한 민주노총 산하의 자발적 노동조합은 13일 출범식을 연다.

ㅅ사 쪽에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김 소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민주노총에서 위장취업한 사람들이 나를 음해하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업체의 잘못이 파악되면 학교에서도 논의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송호균 서영지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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