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규리·류덕환·강민경·전혜빈, 이들이 그토록 운 까닭은

2013. 11. 1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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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미나,이정민 기자]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 희망TV SBS > 제작발표회에서 아프리카에서 가뭄과 기아, 노동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만나고 온 배우 남규리(르완다), 가수 강민경(코트디부아르), 류덕환(시에라리온)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어머, 어떡해. 안녕, 안녕…어떡해."

가수 강민경은 화면에 가득히 채워진 코트디부아르 꼬마 까델의 미소를 마주하고는 손을 흔들다가, 웃다가, "어떡해"라는 말을 반복하다가, 끝내 눈물을 흘렸다. 까델은 강민경이 지난 9월 SBS < 희망TV > 촬영차 찾은 코트디부아르에서 만난 아이. 조금 전까지 목에 머리보다 무겁고 큰 혹을 매달고 다니는 까델의 사연을 소개하며 눈물짓던 강민경은 수술 끝에 건강을 되찾은 까델의 밝은 미소에 반가움을 감출 줄 몰랐다.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SBS < 희망TV > 제작발표회에는 가수 강민경을 비롯해 배우 남규리·류덕환·전혜빈이 참석했다. 앞서 < 희망TV > 에 참가한 연예인들과 같이, 이들 또한 방문한 나라의 사연을 전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들은 입을 모아 "아이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남규리·류덕환·강민경·전혜빈, 가난 앞에 꿈조차 빼앗긴 아프리카를 찾다

이들이 봉사활동차 찾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본 것은 '절망'이었다. '아프리카의 스위스'라 불리는 나라 르완다에 다녀온 남규리는 그곳의 아름다운 경관과는 정반대의 현실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에이즈에 걸린 세 살배기 아이의 이름을 부르던 남규리는 결국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곤 눈물을 터뜨렸다.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 희망TV SBS > 제작발표회에서시에라리온에서 가뭄과 기아, 노동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만나고 온 배우 류덕환이 손인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서아프리카 최빈국 시에라리온으로 향한 류덕환 또한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을 떠났던 자신을 자책해야만 했다. 류덕환은 "가축들이 마음대로 다니는 흙탕물에서 아이들이 씻고 세수를 하고 심지어 그 물을 마시기도 했다"라며 "그 모습을 보고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는데, 그런 나 자신을 보는 게 창피했다"고 고백했다.

류덕환의 눈에 들어온 시에라리온은 '생존'이 최우선인 참혹한 곳이었다. 쓰레기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아이들은 길가에 놓인 쓰레기를 서로 갖겠다고 싸웠고, 19kg밖에 되지 않는 여자아이는 5kg짜리 물통을 매일 수십 번씩 나르며 학교 담장 너머로 틈틈이 공부했다. 어려운 듯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어가던 류덕환은 "그 아이들의 세상은 보고 있어도 느껴지지 않는 세상이었다"면서 긴 한숨을 쉬었다.

< 정글의 법칙 > 으로 아프리카에 한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는 전혜빈이 찾은 잠비아는 "아이들의 표정이 마치 구름이 가득 낀 하늘과도 같"은 나라였다. "한없이 철없고, 떼를 쓰고, 요구하고, 뛰어놀아야 할 나이의 아이들이 일하거나 병이 들어 있었다"고 회상한 전혜빈은 11살의 나이에 아픈 엄마와 두 동생을 부양하게 된 클레버의 사연을 전했다.

숲 속 깊은 곳에서 6일 밤을 지새우며 홀로 숯을 만들고, 그것을 몰래 장터에 내다 팔며 생계를 꾸려가는 소년의 손은 11살의 그것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칠고 부어 있었다. 클레버의 손을 묘사하며 끝내 눈물을 흘린 전혜빈은 "축구선수가 꿈이었다는 클레버는 이제 창틀에 축구화를 올려놓고 그것을 바라보기만 한다"라며 "대신 동생들을 학교에 보내 자신처럼 고생시키지 않고 공부시키는 것이 꿈이 되었다"고 전했다.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 희망TV SBS > 제작발표회에서 르완다에서 가뭄과 기아, 노동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만나고 온 배우 남규리가 손인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일회성 후원이라고? 각자의 후원이 모이면 '일회성'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만난 것이 '절망'만은 아니다. 수술로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혹을 떼어낸 까델을 비롯해 그들이 찾은 곳의 아이들이 따뜻한 손길을 입을 수 있었다. 류덕환은 담장 너머 수업을 훔쳐 듣는 여자아이를 위해 교복과 가방을 선물했고, 남규리는 냉장고며 책상 앞, 화장실 곳곳에 아이들과 찍은 사진을 붙여 놓곤 다시 한 번 아프리카를 찾을 날을 소망하기 시작했다.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참상을 알리고, 좀 더 많은 사랑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 또한 어느새 이들 모두에게 자리 잡은 듯했다. "한 명의 아이가 1년에서 2년 정도 학교에 다니는 데 (한화) 3만 원이 든다고 하더라"고 운을 뗀 류덕환은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커피 다섯 잔만 안 마시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6천 원이 되는 커피를 마시는데, 그것을 안 한다고 우리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앞으로도 커피를 마실 때나, 씻을 때나, 먹을 때 항상 생각날 것 같다. 이건 평생 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규리 또한 "부끄럽게도 (아프리카의 현실에 대해) 잘 모르고 살았는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꾸준히 아프리카에 가서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서 "조금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서 죽기 전까지 아프리카에 학교 다섯 개 정도만 설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아프리카에서의 학교는 단순히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질병과 위생에 대한 개념을 일깨우고, 배고프고 병든 아이에게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 희망TV SBS > 제작발표회에서 코트디부아르에서 가뭄과 기아, 노동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만나고 온 가수 강민경이 손인사를 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강민경 또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후원을 통해 일정 정도의 식량을 주고. 생필품을 주더라도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 강민경은 "우리는 살면서 배가 아프면 병원에 가고, 열이 나면 약을 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그것도 사실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더라"라고 설명했다.

생존 앞에서 꿈조차 속박당한 아프리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하다. 강민경은 "우리의 방문이 일회성일 수도 있고, < 희망TV > 를 통해 후원하시는 분들도 일회성일 수 있다"라며 "하지만 그 '일회성'이라는 게 회를 거듭해서 모이다 보면 결국 일회성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많은 이들의 후원을 부탁했다. 남규리 또한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이니까 안 도와줘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라며 "하지만 그들과 우리가 다 같은 사람인 만큼,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에도 힘들고 아픈 사람이 많은데, 아프리카까지 신경을 써야 하나'하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직접 가서 경험해 보니, 그 아이들의 표정은 아이의 것이 아니더라고요. 자신들이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들을 어깨에 다 싣고 다니는 표정이었죠. 우리들은 다 어렸을 때 꿈이 있었잖아요. 꿈을 가난에 빼앗긴 아이들이 그곳에 있었어요. 꿈을 빼앗긴 아이들이 꿈을 갖고 자라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이건 일회성으로 그치는 일이 아닐 거라 생각해요." (전혜빈)

한편 SBS는 오는 15일과 16일 < 희망TV > 를 통해 정애리·최수종·김호진·이정진·오윤아·김태우·전혜빈·김지우·남규리·류덕환·강민경의 아프리카 방문기를 방송한다. 또한 아프리카 아이들의 굶주림을 직접 체험하고 후원을 유도하는 < 기아체험 24+1 > 행사를 생방송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이번 체험에는 컬투를 비롯해 정준하가 참가하며, 양준혁·정선희·임창정·클라라와 함께 하는 나눔 토크 시간도 마련됐다.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 희망TV SBS > 제작발표회에서 아프리카에서 가뭄과 기아, 노동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만나고 온 배우 남규리(르완다), 가수 강민경(코트디부아르), 류덕환(시에라리온)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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