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했던 사진유출 논란..에일리의 인권은 없었다

2013. 11. 12. 10: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배인규 기자]

< 오마이스타 > 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 오마이스타 > 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에일리

ⓒ YMC엔터테인먼트

'첨단의 시대'라는 21세기다. 그러나 여자 연예인의 인권 앞에서는 유독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만 같다. 비디오 사건이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을 강타했을 때나, 홈페이지에 버젓이 누드사진이 게재된 2013년이나 언론과 대중의 반응은 한결같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고 혀를 끌끌 차면서도 "어디에서 원본을 볼 수 있냐"고 묻는다.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차세대 디바'로 불리던 가수 에일리 역시 이 같은 수순을 밟았다. 영어권 한국 연예 사이트인 올케이팝에 에일리의 누드사진이 올라온 것은 10일 오후(현지시간). 올케이팝은 '에일리로 예상되는 여성의 누드사진'이라면서 여러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삽시간에 퍼졌고, 기사가 쏟아졌다. 에일리는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그리고 11일 오후, 에일리의 소속사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에일리의 사진 유출, 시작부터 공식입장 나오기까지

11일 오전, 올케이팝에서 에일리로 추정되는 한 동양 여성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홈페이지 속 사진은 주요 부위가 가려져 있었지만, 원본 사진은 카카오톡 등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포털사이트에서 에일리를 검색한 누리꾼들이 '헉' '충격' '경악' 등의 문구와 함께 이 사진이 담긴 기사를 보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시작은 '사진 유출'이었다. 그러나 에일리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서 떨어질 줄은 모르자 언론 역시 뭔가 다른 것을 내놓으려고 했다. 깜짝 놀란 누리꾼의 반응과 에일리의 팬카페에 남겨진 팬들의 반응 등을 담아 새로운 기사를 써냈다. 에일리가 데뷔 전에 올렸다는 방 사진과 비교해 사진 속 인물이 에일리인 이유를 찾아내려고 애썼고, 과거에 찍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에일리의 사진에 '누드 유출' 등의 키워드를 넣어 다시 올리기도 했다.

에일리의 소속사는 이날 오후 공식입장을 밝혔다. "에일리가 데뷔 전 미국에서 속옷모델 제의를 가장한 사기를 당했다. 이 사진은 당시에 찍은 것이다. 당시 경찰은 가해자를 잡지 못했다. 에일리가 전 남자친구에게 상의하면서 이 사진을 보내줬는데 그가 재직 중인 올케이팝에 이를 공개한 것이다"라고 했다. 언론의 보도는 일단락됐지만, 누리꾼의 갑론을박은 계속되었다. 일부 누리꾼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면서 코웃음을 쳤다.

에일리

ⓒ YMC엔터테인먼트

최초 공개자 있지만, 적극적인 유포자는 언론과 누리꾼

사진을 찍은 것은 에일리다. 소속사도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공개될 줄은 전혀 몰랐던 사진이다. 신상 정보는 보호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른 지금에야 만천하에 공개됐다. 사진을 요구한 상대에 대해 더욱 신중하게 확인하지 않고 사진을 건넨 것은 에일리의 불찰이다. 그러나 사진이 유출된 지금, 비난의 화살을 에일리에게 쏠 수는 없다. 정작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사기단도 아니고, 사진을 유포한 전 남자친구이지만, 비겁하게도 그는 논란의 뒤에 몸을 숨기고 있다.

전 남자친구의 의도대로 움직인 언론에도 책임은 있다. 그가 원했던 상황이 정확히 이것이었을 거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약점을 쥐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면 의미가 없을 테니 말이다. 파파라치 사진을 주로 찍는 인터넷 매체 디스패치는 한술 더 떠 전 남자친구가 자신들에게 거래를 제안해 왔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우리는 다 알고 있었지만, 그의 수에 넘어가지 않았다"고 자랑하고 싶었겠지만, 이 기사가 그들에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전 남자친구의 불순한 의도와 이슈를 뒤쫓는 언론의 생리에 누리꾼의 관음증이 더해지면서 삼박자가 고루 맞았다. 발 없는 말이 사진과 함께 천 리를 간 셈이다. 그 사이에서 한 20대 여자 연예인은 눈물을 흘렸고, 부모님과 가족들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호기심에 불과했겠지만, 삶 자체를 대중에게 노출하며 살아가는 누군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