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의 왕' 한상진 "아내는 내 인생의 히든카드"

2013. 11. 1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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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한상진 "수고했어!", 박정은 "울지마, 바보야!" 아내 박정은(36, 용인 삼성생명 코치)을 향한 남편 한상진(36, 배우)의 눈물은 코트를 떠나는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을 배웅하는 마지막 인사였다.

여자프로농구 사상 가장 감동적인 은퇴식이 열린 지난 11일 용인실내체육관. 은퇴식 내내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던 박정은 곁에는 늘 푸른 소나무처럼 남편 한상진이 지키고 있었다. 은퇴식에 앞서 "그동안 많이 울어서 오늘은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한상진은 뜨거운 눈물로 아내의 '선수' 박정은의 마지막 농구 인생 동반자로 함께 했다.

배우 한상진은 선수 박정은의 남편으로 먼저 유명세를 탔다. 지극 적성으로 아내를 위해 헌신했던 외조 때문. 한상진은 무명 시절부터 인기 배우가 된 지금까지 변함없이 아내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농구장을 직접 찾아 함께 뛰었다. 지난 1994년 박정은의 열혈 팬으로 시작해 커플에서 결혼까지 이어진 한상진-박정은 부부는 드라마처럼 극적이고 달콤한 러브스토리이었다.

박정은의 은퇴식을 하루 앞둔 10일 밤. 은퇴식 리허설에 또 한 명의 스태프는 한상진이었다. 한상진은 농구계에서 이미 박정은의 매니저 겸 에이전트로 알려질 정도로 아내의 일이라면 자신의 스케줄을 제쳐두고 나선다. 아내를 위한 가장 의미있는 은퇴식에 빠질 수 없었다. 한상진은 "은퇴식 영상을 보면서 또 눈물이 나더라. 그래서 은퇴식에서는 눈물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쑥스러워 했다.

이날 은퇴식은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박정은이 직접 뽑은 농구 인생의 베스트5가 영상으로 상영되며 한 명씩 직접 은퇴식 현장에 나와 축하 인사를 하는 의미있는 이벤트였다. 그 마지막 순서로 한상진이 나왔다. 이미 눈물을 훔치며 나타난 한상진은 아내를 꼭 안으며 "수고했다"라는 짧은 축하의 인사를 전했고, 박정은은 "울지마"라며 서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줬다.

한상진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기록지에 박정은 이름이 없다고 구단 프런트에 항의했다"며 농담을 던진 뒤 "이미 은퇴를 결정한 후였기 때문에 눈물이 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또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물이 나더라. 최고의 은퇴식이었다. 그래도 또 울어 부끄럽다"고 말했다.

"오늘은 절대 울지 않고 참겠다"던 박정은도 남편의 모습을 보는 순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박정은은 "오기 전부터 남편이 울까봐 걱정했는데 너무 울었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은 뒤 "남편은 나 못지않은 선수의 삶을 함께 보냈다. 나보다 더 농구를 사랑했다. 선수 박정은을 보내는 마음이 나보다 더 컸던 것 같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한상진이 말한 농구선수가 아닌 아내 박정은에 대한 평가는 한 마디면 충분했다. 한상진은 "아내는 내 인생의 마지막 히든카드"라고 짧게 정리했다. 더 이상의 수식어는 필요 없었다.

한상진은 "박정은은 내 인생의 빈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나에게 힘이 되어 주는 사람"이라며 "내가 연예인으로 안정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아내 덕분이다. 아내가 없었다면 내 연기 인생에서도 좋은 연기를 할 수 없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한상진은 아내를 위한 특별한 은퇴식을 또 준비했다. 동료 연예인들에게 박정은의 은퇴를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를 CD로 만들었다. 남편이 아내에게 주는 마지막 은퇴 선물이자 둘 만의 은퇴 이벤트를 마련했다.

한상진은 "이젠 선수가 아닌 코치로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주고 싶다"며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이 떠나는 마지막 코트를 사랑으로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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