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식자재를 제공하는 업계 전체가 오염됐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 소비자청 아난 히사(阿南久) 장관은 6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유명 백화점·호텔 업체들이 식품 원산지 등을 허위로 표기해 온 사실에 대해 "소비자의 신뢰를 배신한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일본의 고급 식당은 사용하는 음식 재료와 원산지 등을 메뉴판에 표시한다. 하지만 상당수 업체가 이를 엉터리로 표기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허위 표기 업체에는 다카시마야(高島屋)·미쓰코시이세탄(三越伊勢丹) 백화점, 데이코쿠(帝国)·도큐(東急)·한큐한신(阪急阪神)호텔 등 일본을 대표하는 고급 백화점과 호텔이 상당수 포함돼 충격이 더 컸다. 다카시마야 백화점은 2006년부터 7년간 값싼 수입산 '블랙 타이거' 새우를 고급 '보리새우'로, 가공한 팩 주스를 생과일주스로 속여 팔았다. 일부 호텔과 백화점 레스토랑은 소의 지방 조직에서 채취한 기름을 주입한 쇠고기나 접착제로 고기를 이어 붙여 만든 스테이크를 팔면서도 메뉴판에는 가공육이라는 표시를 하지 않았다. 프랑스라고 원산지를 표시했지만, 실제로는 중국산 재료를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안전·안심 음식 문화'를 표방하는 고급 호텔까지 식자재 허위 기재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지자 일본 국민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과거에도 음식점·체인점 등이 식자재 허위 표기로 적발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고급 호텔과 백화점이 무더기로 문제가 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소비자청은 상품 표시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일본 관광청도 이번 사태가 국가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호텔 업계에 대해 식자재 표시를 일제히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호텔·백화점들은 자체 조사를 거쳐 '양심 고백' 형식으로 잘못을 발표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직영점뿐만 아니라 임대 점포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도 관리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했다. 고객이 해당 매장의 영수증을 제시할 경우, 현금으로 반환해주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