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6억5000만 원짜리 스피커, "억" 소리 절로
#81 Eric Clapton 'Tears in Heaven'(1992년)
[동아일보]
아주 비싼 오디오 시스템인 '아폴로그 애니버서리 리미티드 에디션' 사이에서 설명하는 미셸 르베르숑 골드문트 회장. 오디오갤러리 제공 |
지난주, 지구에서 제일 비싸다는 스피커로 음악을 들어봤다.
스위스의 명품 오디오 제조사 골드문트에서 25대만 한정 출시한 6억5000만 원짜리 오디오 시스템 '아폴로그'. 서울 청담동의 오디오 갤러리 쇼룸에서 들어본 그 억대 스피커에서 '억' 소리 났다.
스위스에서 날아온 골드문트의 미셸 르베르숑 회장이 청음 시작 전에 10분간 뜸을 들였다. 백발의 노신사는 참석자 10여 명에게 최면 같은 걸 걸었다. 다음과 같이 요약되는. "이건 정말 사건이라고. 엄청난 오디오를 만들었어. 이제 음악을 틀 건데 말야. 차이를 못 느낄 리 없겠지." 르베르숑 회장의 말을 듣다보니 벌거벗은 임금님이 걸어 나와도 열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쥐죽은 듯 조용한 실내를 처음 울린 건 노르웨이 여성 보컬 마리 보이네의 목소리였는데 엄청난 무언가는 아직 느껴지지 않았다. 두 번째, 오케스트라 곡에서야 임금 같은 소리가 느껴졌다. 에런 코플런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의 "우자장창/쿠르릉!!" 하는 첫 음에 빙산 옆 펭귄처럼 깜짝! 스위스 전자음악 밴드 옐로의 '오 예'(1985년)에서는 여러 개의 피스톤 운동처럼 다가서고 멀어지는 전자음들의 아우성이 시각적으로 실내를 감싸는 듯했다.
근데, 노트. 이 6억5000만 원짜리 스피커를 맘껏 들으려면 65억 원짜리 집이 필요한 건 아닐까. 한편으론 르베르숑 회장의 말이 자꾸 떠올랐다. "음역 사이의 타임 디스토션(시간 왜곡)을 완벽히 자동 보정하는 최초의 오디옵니다. 사람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처럼 이 스피커로 오래 들어도 귀가 피로하지 않죠."
그래? 그렇담…, 최고의 스피커는 사람이잖아. 세계에 71억 대의 최고급 오디오가 있는 건가. 자, 모두들 목소리를 가다듬고 기타를 둘러메자고. 피아노 의자를 당겨 앉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억 소리 나는 소리를 들려줄 때다.
음질 보정을 거쳐 최근 재발매된 에릭 클랩턴의 '언플러그드'(1992년) 앨범에 담긴 '티어스 인 헤븐'은 클랩턴이 실족사한 아들에게 바치는 추모곡이지만 기타 초보자의 단골 세레나데이기도 하다. 손가락 움직임은 쉽지만 깔끔하게 치기는 어려운. 도입부의 16분 음표 연결부 '미-파#-라'와 장식음 '도#-레-도#'를 풀잎에 아침이슬처럼 튕겨내면서, 자, 소중한 사람을 향해. '우 주 노 마이 네임(Would you know my name)?'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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