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영 회장 "라오스에 내 무덤도 만들었죠"

2013. 10. 2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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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차 세계한상대회 ◆

"나는 라오스에 무덤까지 만들어 놨다. 라오스에서 번 돈은 다시 라오스에 투자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반복적인 재투자를 통한 현지화가 한상 기업이 현지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핵심 전략이다." 인도차이나반도의 대표적 한상 기업인 코라오그룹 오세영 회장(50)은 29일 매일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상 기업들의 현지화 마인드를 강조했다. '라오스의 정주영'으로 불리는 오 회장은 1997년 국산 중고차 판매로 라오스에 진출한 뒤 오토바이 생산ㆍ판매, 현대ㆍ기아차 전속 판매로 코라오를 라오스 최대 현지 기업으로 일궈냈다.

오 회장은 "어느 나라나 외국 기업에 대한 반감이 존재하는 만큼 한상기업들도 현지에서 견제와 텃세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는 길은 결국 지속적인 재투자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코라오가 지난 십수년간 라오스에서 벌어들인 돈을 라오스에 재투자해 은행도 만들고, 무료 학교도 운영하고, 수해가 나면 성금도 내자 라오스인들이 우리를 국민기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며 "개발도상국에서 성공하려면 대통령, 총리 만나 골프를 치고 정치인들에게 술접대해야 한다는 발상으론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 직원들이 라오스 곳곳에서 펼치는 길거리 청소, 맹인 돕기 등 봉사활동이 대통령과의 한 끼 식사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실제 코라오는 라오스의 경제성장과 맥을 같이하며 사업 분야를 자동차ㆍ오토바이 제조ㆍ유통에서 은행과 건설, 물류, 레저, 전자유통 등으로 확장해 나가며 지속적인 재투자를 실시했다. 3500여 명에 이르는 전체 임직원 중 라오스인 비중은 95%에 이를 정도로 고용에도 혁혁한 기여를 했다.

라오스에서 영업한 지 16년에 이르면서 코라오 직원 자녀들이 코라오에 취업을 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현지화에 완벽하게 성공했다는 방증이다.

10년이 넘게 진행된 현지화 전략으로 '코라오'라는 사명이 갖는 브랜드 파워도 막강해졌다. 실제 라오스인들은 코라오에서 판매하는 자동차 전자제품 등의 품질에 대한 신뢰가 상당하다고 한다. 이 같은 코라오의 브랜드 파워는 결국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까지 끌어올렸다는 게 오 회장의 자평이다.

오 회장은 "코라오가 조립해 판매하는 중고차조차 현지인들은 한국산 제품만큼 품질이 좋을 거란 믿음을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한국산은 라오스에선 고급 제품으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코라오에서 자체 개발한 픽업트럭의 모델명을 '대한(DAEHAN)'이라고 붙인 것도 한국 국가 브랜드 파워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그는 "대한이라는 브랜드가 한국인 입장에선 다소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라오스에선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오 회장의 시야는 이제 라오스를 넘어 미얀마와 캄보디아로 향해 있다. 라오스에서 사업을 벌이기 전 그는 베트남에서 실패의 쓴맛을 봤다. 이 같은 실패와 라오스에서 성공을 발판 삼아 그는 라오스에서 빛을 본 쇼룸 설치, 고품질의 애프터서비스 등 전략은 유지하되 국가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가미하는 방식으로 미얀마와 캄보디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오 회장은 "라오스와 캄보디아 미얀마는 기본적인 정서는 비슷하지만 문화 종교 사고방식 등에서 차이가 상당하다"며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벌이다간 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얀마 사람들은 머리가 비상하고 영국 식민지를 거쳐서인지 계약서 하나를 쓸 때도 변호사를 반드시 대동하고 차를 구매할 때 매장을 4~5번은 방문해 시험운전까지 다 해보는 반면 라오스인들은 차 시동 거는 것조차 미안해 하는 마음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성향의 차이로 인해 차별화된 전략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딜러십이다.

오 회장은 부의 창출에 대한 의지가 크지 않은 라오스인들과 달리 미얀마인들은 사업 의지가 상당한 만큼 이를 최대한 살려 자동차 판매 딜러사에 마케팅 판매 영업의 전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아울러 라오스에서 크게 성공한 자동차 할부금융을 캄보디아와 미얀마로도 확대할 방침이다. 라오스에서 자동차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금융과의 시너지가 주효했다는 판단이다. 라오스 내 현대ㆍ기아차 딜러십을 보유한 코라오는 주력인 자동차 판매사업 부문과 시너지 강화를 위해 2008년 인도차이나은행을 설립하며 라오스 금융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라오스에 설치된 약 300개 판매매장을 기반으로 차 할부금융 서비스망을 구축했다.

오 회장은 인도차이나반도에 더 많은 한상 기업들이 진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높은 터라 진출 국가의 경제 성장세를 발판 삼아 사업을 크게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오 회장은 "삼성 현대 LG 등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70~1980년대 한국 경제의 비약적 성장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선제적으로 인도차이나반도에서 기업을 일구면 장래 이 국가들의 국민소득이 2만달러, 3만달러가 됐을 때 삼성 LG 같은 대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조시영 기자 /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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