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유엔·ILO에 정부 제소" 강경 대응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18일 조합원 총 투표를 통해 해직교사의 노조가입을 취소하라는 정부의 규약개정 요구를 거부하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19일 서울에서 8,000여명의 조합원들이 '법외노조화 반대'집회를 연 전교조는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 인권위원회 등 국제기구에 한국정부를 제소하기로 하고 21일 기자회견을 연다. 또한 이날 교사들을 시작으로 22일 학부모, 23일 학계의'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선언'이 이어진다. 고용노동부가 23일 이후 '전교조를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통보를 할 경우,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 18일 시행하려다 보류한 전 조합원 연가투쟁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고용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하면 전교조의 앞날에는 험로가 예상된다. 최성유 교육부 교원복지연수과장은 "노조 전임자의 현직 교사로의 복귀, 각 시도 교육청의 전교조 사무실 임대료 및 행사 보조금 지원중단 등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와 16개 시도 교육청이 전교조 노조본부와 시도지부 사무실에 지원한 임차보증금은 51억원에 달하며, 전교조 본부와 시도지부는 이를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에 반환하거나 계약이 만료되면 사무실을 비워야한다. 교육부는 노조 전임자 77명에 대해 각 시도교육청이 복귀명령을 하도록 요구할 방침이지만 일부 진보성향 교육감이 이를 거부할 경우 상급단체 파견교사들에 대한 '직무정지'명령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미 전교조에 대한 청소년사업 관련 보조금 1,500만원 지급을 보류한 상태다. 경기ㆍ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교조 법외노조화가 가시화되면서 정부에 대한 노동계, 시민사회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1998년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전교조를 합법화하도록 법을 고쳐놓고, 정부가 '현직 교사만 노조원으로 인정한다'는 교원노조법 시행령을 근거로 노조설립을 취소한다면 헌법상 기본권(단결권)에 대한 과잉금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시행령 위반에 대한 제재는 벌금만으로 충분한 데 노조의 설립까지 취소한다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며 "공공부문의 단결권, 단체행동권 등을 확대해 온 노사관계의 진전을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노동조합의 형태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정하는 것이 국제적인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전교조는 교사의 자격여부로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산별노조 형태인데 정부가 현재 교사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조합원 자격을 판단한다면 국제적인 망신이 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노사관계에 대해 관망자세를 취하던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계기로 강경대응으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임상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와대 내에서 공안차원으로 전교조와 전공노 문제에 접근하려는 일부 움직임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이런 식의 접근이 이어질 경우 관료들이 부담을 가질 것은 물론이고 민심도 이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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