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마천 '사기' 원본 수정.. 동북공정 가속?

베이징 2013. 10. 21.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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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혁명 때 깎아내린 역사 바로잡겠다"3300여 항목 뜯어고쳐 54년 만에 수정본 출간

중국이 사마천이 쓴 <사기>의 수정본를 54년 만에 내놓았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염두에 둔 24사(24史)와 <청사고>(淸史稿)에 대한 역사수정공정이 가시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인민일보는 중국 국영 출판사인 중화서국이 19일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홍콩, 타이베이(臺北), 싱가포르, 런던, 도쿄, 뉴욕 등 전세계 24개 도시 29개 서점에서 <사기> 수정본의 출판 기념회(사진)를 가졌다고 20일 전했다. 중국이 <사기>의 내용을 공식 수정한 것은 1959년 교정본 초판이 나온 후 처음이다. 인민일보는 "<사기> 수정본 출판은 24사와 <청사고> 수정 공정이 정식 출판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24사란 청나라 건륭제 때 중국 역대 왕조의 정사로 인정된 24종의 사서를 말하며 <청사고>는 1928년 중화민국 정부가 펴낸 청나라의 역사서다. <사기>는 24사와 <청사고>의 첫번째 사서로, 중국의 첫 기전체 통사다. 인민일보는 "중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5,000년을 관통하는 역사의 완벽한 기록을 갖고 있는 나라"라며 "24사와 <청사고>는 중화민족의 눈 부신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사기>를 비롯해 24사와 <청사고>의 수정 작업에 돌입한 것은 2005년이다. 신중국 성립 후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24사와 <청사고>의 교정본이 나오기 했지만 교정본은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와 학술 연구의 한계로 미흡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지시로 200여명의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역사수정공정이 시작됐다. 작업을 맡은 쉬준(徐俊) 중화서국 총경리는 "교정본은 정치적 영향을 받아 옛 것과 계승에 대한 비판이 강조됐고 원본을 따르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수정본을 통해 문화대혁명 당시 깎아 내린 중국의 역사를 바로 잡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이번에 출판된 <사기> 수정본은 북송부터 청나라까지 역대 <사기>의 다양한 판본을 참조, 교정본에서 모두 3,300여 항목을 고쳤다.

24사와 <청사고>의 수정본이 중화주의를 강조하고 있어 결국 중국의 현 경계 안에 있었던 과거의 역사도 모두 중국의 정사에 편입시키려는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구려를 중국 소수민족이 세운 변방 국가로 주장한 동북공정을 공식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중국 국가문물국은 지난해 만리장성의 총 길이가 2만1,196.18㎞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중국이 앞서 발표한 만리장성 길이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4월에는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의 지안박물관에 지난해 발견된 지안 고구려비를 전시했다. 중국은 지안 고구려비의 모양을 들어 중국 문화의 영향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월 취임 일성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을 실현하자"고 외쳤다. 2주 후에는 리커창(李克强), 장더장(張德江), 위정성(兪正聲), 류윈산(劉云山), 왕치산(王岐山), 장가오리(張高麗) 등 신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을 모두 대동한 채 국가박물관을 방문, 중국 근현대사를 다룬 '부흥의 길' 전시회를 참관할 정도로 역사를 강조하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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