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71세 매카트니.. 그는 여전히 '젊은 오빠'
[동아일보]
비틀스 때부터 함께한 호프너 왼손잡이용 베이스기타를 든 폴 매카트니.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
내가 태어나 처음 가족 앞에서 소리 내 읽은 영어 단어는 '독수리들'이었다.
아홉 살, 여덟 살 많은 큰형과 작은형이 가져온 미국 록 밴드 이글스(Eagles)의 포스터를 보고 작은 꼬마는 '이글스!'라고 외쳤던 거다.
수많은 레코드판에 새겨진 수많은 음악인 중에도 귀여운 꼬마마저 귀여워했던 사람이 딱 하나 있었다. '예스터데이'가 담긴 비틀스 앨범 '헬프!'(1965년)의 뒤표지에 있던 네 남자 중에 우리 집 강아지보다 더 귀여운 얼굴이 있었다. 그 밑에 '폴 매카트니'라고 쓰여 있었다.
꿈속에서 들은 멜로디로 '예스터데이'를 만든 매카트니는 두말할 것 없는 음악의 천재다. 18세기에 태어났다면 '볼프강 아마데우스 매카트니'쯤 됐을지도 모른다. 1970년 비틀스 해체 후에 솔로 가수로 독립한 뒤에도 그는 '어나더 데이' '마이 러브' '리브 앤드 렛 다이'(영화 '007 죽느냐 사느냐' 주제가) '밴드 온 더 런' '실리 러브 송스' 같은 명곡을 많이 발표했다. 각각 스티비 원더, 마이클 잭슨과 듀엣한 '에보니 앤드 아이보리' '더 걸 이즈 마인'도 크게 히트했다.
매카트니는 올해 일흔한 살이 됐다. 최근 낸 새 앨범 '뉴'는 그가 칠순 넘어 발표한 첫 음반이다. 아델의 프로듀서 폴 엡워스, 에이미 와인하우스(1983∼2011)의 프로듀서 마크 론슨 같은 젊은 음악인을 기용해 소리의 결을 요즘 것처럼 다듬었다. 비틀스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조지 마틴의 아들인 자일스 마틴도 '뉴'의 프로듀서 중 하나다. '블랙버드'(비틀스)의 후속 곡 같은 '제니 렌'(2005년)만큼 빛나는 싱글은 없지만 12곡을 1곡처럼 반복해 들으면 꽤 매력적이다.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매카트니는 "곡을 쓰는 모든 사람들은 결국 자신의 과거에 대해 쓰는 것"이라고 했다가 "내가 신경 쓰는 부분은 스스로의 지난 작업들을 답습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결정타는 이거였다. "지금은 제 인생에서 행복한 시기입니다. 새 여자(2011년 결혼한 낸시 슈벨)를 만나면 새로운 곡들을 쓰게 되지요. 그게 전부입니다."
일흔이 넘은 폴 할아버지는 여전히 좀 귀엽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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